檢 "그런 논의 가능한지 근본적 의문"…靑 "자치경찰제 완전 시행? 조정 늦어질 수밖에 없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청와대가 법무부·행정자치부 등 관계기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마련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문무일 검찰총장이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나서 첨예한 대립각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는 '문 대통령 대선공약인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인정해선 안 되며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문 총장의 강력한 반발 속에 7년 만에 추진되는 수사권 조정 작업이 재차 고비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문무일 총장은 29일 기자들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의 '검찰 패싱'과 관련해 "검찰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안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논의가 가능한 것인지 근본적 의문이 들고 법률을 전공한 분이 그렇게 생각하셨을까라는 생각도 든다"면서 청와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총장 말의 맥락을 살펴보면 자치경찰제가 완전히 시행된 뒤에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자는 얘기인데 그러면 수사권 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수사권 조정은 워낙 뿌리깊은 문제이고 해결하기 어렵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돌아오면 다시 논의할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관계자는 '문 총장의 항명 아니냐'는 지적에 "(문 총장과) 서로 다시 이야기를 해볼 필요가 있다"며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5년간 결국 매듭짓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법조계는 문 총장 입장에 대해 "수사권 조정 내용에 대한 검찰측 대응 논리가 드러난 것"이라며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한 문 총장의 주장은 수사권 독립을 원하는 경찰과 절충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이에 대해 "검경 수사권 조정은 7년 만에 재개되었지만 검찰과 경찰 두 기관의 이해충돌 속에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가 관건인데 개헌하더라도 그 후 형사소송법까지 개정해야 경찰의 영장청구권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현재 부딪히고 있는 쟁점은 정확한 법률적용과 불법수사의 방지를 위해 검사가 갖고 있는 기존 수사종결권 및 수사지휘권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검찰측 입장과, 검찰 권력독점을 견제해야 하며 수사권 조정으로 바뀌어도 경찰의 영장청구권 남용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는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사진 우측)은 지난해 7월25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좌측)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갖고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당부했다./사진=청와대 제공

법조계는 이번 논란에 대해 "검찰은 인권침해적 요소가 뒤따르는 수사에 엄격한 법리적 판단이 뒷받침되지 않고 운용되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입장"이라며 "검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면 검찰의 지휘 없이 수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 외에 치안과 교통 등 다양한 기능을 갖는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여의치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수사와 공소유지만 맡는 준사법기관으로 관할 지역별로 각 법원에 대응해 설치, 운용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은 앞서 지난 2011년 국회가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개시권과 수사진행권을 입법화하는 선에 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 견제하고 균형을 잡자는 취지의 수사권 조정은 각각의 각론을 두고 검경 간의 입장차가 첨예하다"며 "정부안이 도출된다 해도 국회 논의와 실제 입법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와 관련해 "문 총장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 업무보고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검찰의 권한이 많다고 밝혔다"며 "수사권 조정으로 불거진 '검찰 패싱'에 대한 내부 불만을 밖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손바닥을 뒤집어 보면 검경 수사권 조정의 본질은 특정기관(검찰)이 독점했다고 여겨지는 권한을 분산하는 검찰개혁의 일환"이라며 "검찰 입장에서는 마지노선(영장청구권·수사종결권)을 지키려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권력기관 개혁'에 관련 내용이 나와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까지 '경찰권 분산 및 인권친화적 경찰 확립 실행 방안'과 연계해 조정안을 마련한 후,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시행하기로 계획을 잡았다.

국회 사개특위에서 수사구조 개혁 논의가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청와대와 검찰간, 검찰과 경찰간 대립에 관한 해법이 어떻게 모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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