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유가·원자재·보호무역·공급과잉 리스크 등 증가
고부가제품 매출 비중 증가 및 설비 증설·인수합병 추진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정유·석유화학업계가 올해 업황이 녹록지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고부가제품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1120.40원에서 1056.60원까지 하락했으며,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미국 측이 우리 측에 환율조작 금지를 요청하면서 1050원 이하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중국·인도 등의 국가에서 한국산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비롯한 전통 산유국들의 감산연장 검토 및 중국·인도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 수입국의 자급률 상승 등도 실적 개선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최근 전통 산유국들이 유가 반등을 목표로 지난해 1월부터 이어가고 있는 일일 180만배럴 감산을 최대 20년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에쓰오일 울산공장(왼쪽)·GS칼텍스 여수공장/사진=각 사


미국발 공급과잉도 업황 악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배럴당 20달러선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65달러선까지 반등하면서 올해 840만톤의 셰일가스 기반 에탄분해설비(ECC) 신증설이 예고되는 등 설비 가동이 늘어나고 있다.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0달러선으로 떨어진 가운데 추가적인 원가절감에 성공해 수익성이 더욱 개선되면 추가적인 설비증설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이들업계는 리스크 대응 수단으로 고부가제품 개발을 꼽았다.

LG화학은 아크릴산과 가성소다를 중합해 생산하는 고흡수성수지(SAP) 생산시설 증설을 위해 전남 여수공장에 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나주·대산 공장 투자를 통해 고부가제품 매출을 현재 4조원에서 7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 롯데케미칼이 설립한 말레이시아 법인 'LC타이탄'(왼쪽)·LG화학 나주공장 고부가 첨단소재 연구개발센터 조감도/사진=각 사


롯데케미칼도 고순도이소프탈산(IPA) 생산설비 및 납사분해설비(NCC) 증설을 추진 중이며, 한화토탈은 고부가 폴리에틸렌(PE)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ADL 공법을 대산공장에 도입해 합성수지부문을 고부가제품 위주로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설비 고도화와 고부가 포장재 사업 인수 등을 위해 3조원 규모의 투자 집행계획을 수립했으며,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아크릴산(EAA) 및 폴리염화비닐리덴(PDVC) 사업인수 등을 통한 고부가 화학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올레핀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를 건설 중인 에쓰오일은 지난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공 및 안정적 가동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역시 액화석유가스(LPG)·부생가스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MFC) 건설 및 카본블랙 생산량 증설을 비롯한 고부가제품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끊임없는 투자를 통해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시장을 선도하는 지름길"이라며 "후발주자에게 따라잡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타 업종의 사례를 볼 때 끊임없는 고부가제품 개발은 생존의 필수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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