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에 있어 정부에 대한 시장의 우위 강조
자유주의 기본원리, 무한하게 변용해 적용 가능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우리는 문제를 푸는데 있어 가능한 최대한 사회의 자연발생적 힘을 이용하고, 가능한 최소한의 강제력에 의존해야 한다."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어거스트 폰 하이에크는 저서 '노예의 길'에서 "이러한 자유주의의 기본원리는 무한하게 변용돼 적용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문장은 하이에크가 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을 옹호하고 저축보다 소비를 중시한 존 메이나드 케인즈를 비판한 것과 맞물려 문제해결에 있어 정부보다 시장이 우월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1929년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교역과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63%, 15% 감소하고 실업률과 경기가 악화되는 등 대공황이 발생하자 케인즈는 유효수요 부족을 원인이라고 판단, 줄어든 민간지출과 기업투자를 보충하기 위해 공공부문 투자 등 정부지출을 제안한다.

그는 개별적 차원에서 이뤄진 최선의 선택이 전체적으로는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구성의 모순을 근거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고, 이는 뉴딜정책에 영향을 끼쳤다.

   
▲ 존 메이나드 케인즈(좌)·프리드리히 하이에크(우)/사진=유튜브 캡처·미디어펜


이에 대해 하이에크는 △완전고용 기반의 구매력 확대 △노조의 힘 강화 △복지를 통한 수요 창출 등을 모색한 것에 대해 복지국가라는 이름하에 추진되는 계획주의 정책들이 개인의 자유를 파괴하고 전체주의 혹은 파시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잉투자가 설비 과잉 및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공황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수익률이 감소하면 은행은 신규 대출을 축소하고 기존의 대출금을 회수, 금리가 상승하고 투자가 위축되는 등 불황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황기에 (부실)기업도산 및 설비 정비 등을 통해 체질개선 및 산업경쟁력 제고에 성공하면 경기가 개선돼 호황기에 진입한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를 인위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면 '유인의 역효과'가 발생, 돈은 돈대로 쓰고 경기는 회복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DI도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한계기업) 자산이 10%포인트 증가하면 정상기업의 고용증가율과 투자율이 각각 0.53%포인트·0.18%포인트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KDI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이 지체될수록 경제의 전반적인 역동성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 정부가 지난해 11조원이 넘는 추경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 2~3월 역대 최고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우리 정부도 지난해 11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하고 청년취업 및 신규창업지원사업 등에 수십조원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지난 2~3월 역대 최고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등 경기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명 '바주카포 완화'로 불리는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비롯한 '아베노믹스'를 최근 5년간 시행한 일본에서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한 2013년 이후 양적완화를 펴면서 엔화가 하락해 수출기업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실업률 역시 완전고용으로 불리는 4%보다도 낮은 2.5%를 기록하는 등 호황을 야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목표치인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지 못해 달성 시점을 6번이나 연기했으며, 그동안 24조엔 가량의 닛케이225지수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고 부동산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중앙은행이 주요 종목 최대주주가 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발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그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한 탓에 금융사들의 영업환경도 악화되고 있어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연스러운 시장원리 대신 인위적 통제를 가해 상황을 악화시킨 최저임금 급등·대형마트 규제·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등의 사례가 이어지는 것은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