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OPEC 감산 등으로 '골디락스 존' 돌파 예상
재고마진 증가해도 정제마진 감소로 실적 저하 우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제유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견제의사 표명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 대비 0.4% 상승한 밸러당 68.84달러, 같은 시각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는 6월물 브렌트유가 전날 대비 1.39% 상승한 배럴당 75.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0일 트위터를 통해 "OPEC가 또 '그 짓'을 하는 것같다"며 "원유로 가득찬 선박 등 모든 곳의 원유랑이 기록적으로 많지만 유가가 인위적으로 너무 높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또한 "고유가는 좋지 않고, 용서할 수 없다"며 지난해 1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일일 180만배럴 감소시킨 전통 산유국들을 힐난하면서 이날 WTI와 브렌트유가 각각 0.7%씩 하락했으나, 다시 반등에 성공해 소폭 상승한 상태로 장이 마감됐다.

   
▲ 국제유가가 지속 상승,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사진=한국석유공사


국제유가가 2014년 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것은 세계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 및 산유국들의 지정학적 불안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전통 산유국들의 감산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일명 '골디락스 존'(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상태)을 단기간에 벗어날 경우 정제마진 상승세가 꺾이고 제품수요가 감소하는 등 실적개선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값에서 원유값·수송비 등을 제외한 중간 이윤으로, 통상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0달러대까지 올랐던 정제마진은 지난 1월 6.5달러대로 떨어졌으나, 2월부터 반등해 이번달 8달러대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로고/사진=각 사


특히 미국·중국·유럽지역 내 설비 정기보수를 비롯한 가동률 하락이 예고되는 가운데 봄철 수송용 석유 수요 증가 등으로 수급이 빠듯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했으나, 최근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정제마진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석유 부산물인 납사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 비정유부문도 원가부담 증가로 수익성이 감소할 수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은 비정유부문이 영업이익의 60% 이상,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3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비전 2030' 실현을 위한 국부펀드 조성 등을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사우디를 비롯한 전통 산유국들이 만성적인 재정수지 악화를 피하기 위해 미국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국제유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정유사의 경우 정제마진이 1달러 감소하면 분기당 영업이익이 2000억원 가량 줄어든다"며 "유가가 급등하면 재고마진이 증가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실적개선을 방해하는 요소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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