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의 탄탄함, 고급 SUV의 안락함 공존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빨리가려면 말로 가고 조용히 가려면 소를 타고 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에 옛 선비들은 조용히 밤산책을 즐기며 사색에 잠기고 싶을 때 소를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소는 걸을 때 발자국소리를 내지 않아 조용히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빠르게 뛰면 시끄러운 소리도 내고 등에 제대로 앉아 있기도 힘들겠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밤길을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는 소를 상상해보면 평온함을 느끼며 사색에 잠기기 적당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사진=쌍용차


자동차를 보통 말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와 비교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차량이 있다.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가 그렇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4렉스턴을 기본 틀로 하고 뒤쪽 적제공간을 탑승공간과 분리시켜 픽업트럭으로 만든 차량이 렉스턴 스포츠다.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않지만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는 차급이다. 연간 2만대 이상의 픽업트럭 시장을 독점해온 코란도 스포츠의 계보를 이어받으면서 웅장한 대형 SUV G4렉스턴의 DNA를 이어 받아 수요층이 넓은 중형 SUV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6년 만에 풀체인지된 쌍용차의 새로운 픽업 라인업 렉스턴 스포츠를 타봤다. 최상위 트림인 3058만원짜리 노블레스에 4륜구동 시스템, 3D 어라운드뷰 모니터, 전동식 사이드스템 등의 옵션이 추가된 모델이었다. 

픽업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남성적인 차다. 일반 차량의 트렁크에 넣기 부담스러운 부피와 비주얼의 짐을 가득 싣고 거친 산길을 거뜬히 오르기에 적합하다. 탄탄한 프레임 위에 올려진 차체는 시내 도로에서 옆차 운전자를 내려다보며 우월감에 빠질 만큼 높은 시트 포지션을 제공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엔 과하고 상업용으로 쓰기엔 부족한 크기의 데크는 거친 남성의 감성을 충족시키기는 용도로서 의미가 크다. 무슨 물건이건 안방까지 가져다주는 '배달 강국'인지라 미국처럼 DIY 문화가 발달할 수 없는 환경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자주 쓸 일이 없다고 해서 불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렉스턴 스포츠는 그런 픽업의 특성에 충실한 차다. 2.2ℓ 디젤엔진은 고배기량은 아니지만 1400rpm의 저회전 구간에서부터 터지는 40.8kg·m의 최대토크는 어떤 상황에서건 믿음직스럽다. 몸이 한껏 뒤로 젖혀지는 급경사도 거뜬히 오른다.

   
▲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사진=쌍용차


고속도로에서는 빠르게 속도가 붙지는 않지만 일단 가속이 붙으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날쌘 말보다는 우직하고 힘 좋은 소에 가까운 몸놀림이다.

트럭에 올라앉은 듯한 높은 지상고는 넓은 시야를 확보해준다. 경쟁사의 대형 SUV인 모하비보다 훨씬 넓은, 2미터에 육박(1950mm)하는 전폭을 가졌음에도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다. 

1011ℓ에 달하는 넓은 데크는 캠핑이나 레저를 즐기는 이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데크에는 다양한 도구와 캠핑용품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12V, 120W 파워아웃렛과 짐을 고정시킬 때 편리한 회전식 데크후크도 장착돼 있다. 

마초 지향 차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족의 동의를 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차를 두 대씩 보유할 능력이 없다면 이 차가 마초적인 측면 외에도 쓸모가 많다는 점을 가족들에게 증명해 보여야 한다. 

렉스턴 스포츠가 프리미엄 SUV를 지향하는 G4렉스턴의 DNA를 물려받았다는 점은 그런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 

일단 외모가 상당히 잘 생겼다. 강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G4렉스턴의 얼굴을 그대로 물려받은 덕이다. 

국산 SUV 중 최대를 자랑하는 전폭은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해준다. 앞좌석 센터콘솔은 주차브레이크를 버튼식으로 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컵홀더 두 개를 병렬로 배치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 셋이 나란히 앉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충분히 탑승할 수 있다.

데크 공간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음에도 불구, 뒷좌석 레그룸도 충분하다. 뒷유리가 직각으로 서 있는 것에 비하면 등받이 각도도 충분히 기울어져 있다.

   
▲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1열 인테리어 /사진=쌍용차


더 놀라운 점은 승차감과 정숙성이다. 픽업트럭이라 뒷좌석 승객에게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단번에 깨준다. G4렉스턴의 안락함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승차감이다. 주행시 노면소음이나 엔진소음도 크지 않다.  

비포장도로 주행시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흙길의 파인 홈이나 튀어나온 돌을 밟고 지나갈 때의 충격은 모두 프레임 이하에서 흡수하고 그 위에 얹힌 차체와 단절시킨 듯한 느낌이다. 

시승 차량이 최상위 트림임을 감안해야겠지만 각종 편의사양도 웬만한 럭셔리 SUV 못지않다. 고급 나파가죽 소재의 시트는 푹신하면서도 단단하게 잡아줄 곳은 잡아준다. 뒷좌석까지 적용된 열선 시트는 요즘 같은 엄동설한에 고마운 존재다. 

가죽 소재의 핸들과 기어노브를 비롯, 손이 닿는 곳곳에 아낌 없이 사용된 고급 소재들도 렉스턴 스포츠의 품격을 높여준다.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는 9.2인치 대화면을 통해 제공된다. 주차시에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3D 어라운드뷰 모니터(AVM)가 커다란 덩치로 인한 부담을 줄여준다.

평상시에는 차체에 숨겨져 있다가 도어를 열면 튀어나오는 전동식 사이드스탭은 렉스턴 스포츠의 높은 지상고를 커버해줄 뿐 아니라 차주의 자부심까지 높여주는, 상당히 폼 나는 옵션이다. 

큰 덩치를 움직여야되는 만큼 연비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 4륜구동 자동변속기 모델 기준 복합연비는 9.8km/ℓ. 시승에서도 이에 준하는 수준의 연비가 나왔다. 

이런 렉스턴 스포츠는 △연간 자동차세 2만8500원 △개인 사업자 부가세 환급(차량가격의 10%) 등 최고의 경제성을 갖췄으며, 판매 가격은 트림별로 △와일드 2320만원 △어드벤처 2586만원 △프레스티지 2722만원 △노블레스 3058만원이다.

   
▲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사진=쌍용차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