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개가 넘는 '타르'성분만 강조해 해롭다 발표...WHO 지정한 9개 대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감소 가능성 '외면'
   
▲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사진=한국필립모리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발표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분석 결과를 놓고 한 담배회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결과 발표로 인해 업계와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어떤 성분이 더 해롭고 덜 해로운지를 밝히는 것을 뒤로하고 '7000개가 넘는 성분의 총칭인 타르'만을 강조하며 일반담배 보다 더 해롭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마침표가 아닌 더 큰 의문점을 낳고 있다.

식약처는 보도자료 제목을 '담배 타르, 일반 담배보다 궐련형 전자담배 더 많아'라고 달았다. 하지만 타르 안에는 7000여개 이상의 성분이 있는데 이 중에는 유해한 것도 있고 무해한 것도 있을 수 있다. 타르가 많다고 무조건 더 유해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아크롤레인 등 9개를 저감화 권고 성분으로 지정했다. 

WHO는 2015년 담배제품규제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타르는 담배규제의 확실한 근거가 아니기 때문에 측정할 필요가 없으며, 타르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 역시 "타르란 개념 자체가 니코틴과 물을 제외한 성분의 총칭인 만큼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직접적으로 타르 함량만으로 분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왜 식약처는 '타르'만을 강조해 발표한 것일까.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의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게 검출됐다는 것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즉 타르가 더 많이 검출됐기 때문에 더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7000개가 넘는 성분 중 어떤 게 유해하고 무해한지는 알 수 없다. 

식약처 결과에서도 WHO에서 지정한 9개 성분에 대한 결과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 결과에 대해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벤조피렌, 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만 말했다. 

어떤 담배 기업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단지 일반담배보다 발암물질이 덜 함유돼 덜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식약처 보도자료 13 페이지까지 넘겨서야 WHO가 지정한 9개 성분에서 궐령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수치가 낮게 나왔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왜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덜 해로움'을 뒤로하고 '더 해로움'만을 강조해 발표한 것일까.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라도 끊어야한다는 취지였을까.

업계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경고그림을 부착하는 것을 두고 식약처와 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어, 경고그림을 부착하기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강조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일반담배 대비 세금 비중이 90% 정도인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죽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정책적 판단을 내렸다 하더라도 국민의 건강과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사실은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자신이 알리고 싶은 부분만 강조해 알리는 정부의 발표는 더 큰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이런 발표로 인해 국민들은 더욱 정부 발표를 신뢰할 수 없고 의문점을 가지게 되는 이유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