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혐의 다툴여지 있다" 거듭...임직원들 피로감 호소
대한항공 직원연대 민노총 산하 조종사노조와 공식 연대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 이어 이명희 전 이사장의 갑질 논란과 관련 한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됨에 따라 '무리한 대한항공 흔들기'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민주노총 산하 조종사 노조와 공식 연대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조직을 이끈 관리자가 탈퇴하는 등 내부 분열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지난 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이명희 전 이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조현민 이어 이명희 구속영장 기각에 무리한 흔들기 지적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날 오전 10시 이명희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중이다. 이 이사장이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지난 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출석한 지 일주일만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이 이사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청구를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했다. 법원은 "피의사실을 다툴 여지가 있고 피해자들과 합의한 시점과 경위, 내용 등에 비춰 피의자가 합의를 통해 범죄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달에는 한진 일가 수사의 시발점이 된 '물벼락 갑질' 의혹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두 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업계에선 사정당국의 수사 동력이 한풀 꺾이게 됐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총수일가와 관계사 등은 경찰과 검찰 등의 수사에 협조해왔다. 그런데도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되는 사태가 반복됐다. 항공업계에서 '대한항공 흔들기'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도주,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영장부터 청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단정할 수는 없지만 흔들기로 보이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조사를 받는 직원들은 이미 거듭된 수사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태"라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지만 구속영장 청구 등으로 대대적인 업무 마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검경을 비롯한 사정당국과 정부부처 10곳이 한진일가를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특히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경우 20년전 학력비리 의혹까지 묶어서 거론되는 상황이다. 

   
▲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한진그룹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촉구 4차 집회에서 대한항공직원들이 조회장 일가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노총 연대 공식화? 직원연대 '내부분열' 조짐

대한항공은 최근 직원연대에 의해 주도되던 통합 노조 설립 작업에도 제동이 걸리며 내부분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비리 제보를 위해 만들어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장’을 열어 운영해 온 일명 ‘관리자’가 모든 활동을 그만 둔 것.

내부에서는 관리자가 돌연 활동을 그만 둔 이유에 대해 박창진 전 사무장이 직원연대 공동대표 명의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사과의 뜻을 전하고 연대를 제안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사무장 외에 모두 익명의 참가자들로 구성된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설립 초부터 민노총 등 외부 세력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27일 성명을 발표하고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직원들 촛불 집회에 민주노총이 개입해 일반노조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공식 반박 하기도 했다.

그런데 박 전 사무장이 민주노총 산하의 조종사 노조와 연대를 공식화하자, 일각에서 제기됐던 '민노총 개입설'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에선 "투쟁이 장기화 됨에 따라 변화가 필요할 순 있겠지만 민주노총과의 연대를 반대해 관리자가 퇴장하는 모양새는 그닥 좋아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민주노총 배후설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직원연대를 이끌며 중심축 역할을 해오던 관리자의 퇴장으로 향후 직원연대가 하나로 뭉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다는 관측이다. 현재 개설된 대한항공 제보·집회방은 총 6개로 인원 수를 합하면 3550여명이나, 중복 인원이나 시민 참여 등을 감안하면 순수 임직원들은 1000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직원연대의 시위 행위에도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대한항공 촛불집회가 딱 한달째를 맞는 지난 8일 박창진 전 사무장을 비롯한 13명의 조종사 노조가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그동안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가이포스크' 마스크를 쓴 채 익명의 참가자들이 오프라인 현장에 모여 네 차례 시위를 해 왔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