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적합업종법 법제화…5년간 대·중견기업 진출 억제
경쟁압력 감소…산업경쟁력 약화 ·소비자 선택권 침해 우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장자 '변무편'에는 "물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늘리면 괴로워하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른다면 슬퍼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장자는 이를 평등한 상태를 만들기 위한 규제 적용이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지난달 28일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을 법제화, 학의 다리를 자르려고 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생계형 적합업종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소상공인 생존을 힘들게 하는 업종을 5년간 지정, 대·중견기업이 두부·김치·어묵·계란 등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업종 및 품목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제도다.

소상공인 단체들이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요구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3개월 내에 지정할 수 있다. 심의위원회의 지정이 있을 경우 대·중견기업이 5년간 진출하지 못하며, 이미 진출한 업체의 경우 외형 확장이 불가능하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 정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기간 매출액의 5%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 동반성장위원회가 4월17일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 50차 회의를 개최했다./사진=동반성장위원회


이 제도에 대해 찬성하는 측은 소상공인 생존권 보호·자생력 강화·동반성장 및 상생에 기여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산업 경쟁력 약화와 소비자 선택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강제력이 없는 중기적합업종이 지정된 이후 LED 조명을 비롯한 일부 업종에서 국내 대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중소기업도 외국 업체의 하청으로 전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은 것으로 볼때 생계형 적합업종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쟁압력 감소로 인한 자생력 저하도 우려된다. 

북유럽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정어리는 항구로 운송되는 동안 대부분 사망하지만 수족관에 메기가 있으면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생존율이 높아지고 식감이 좋아져 부가치가 증가하는 '메기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이익을 하도급 업체와 배분하는 협력이익공유제·부의 재분배 효과 등을 목적으로 하는 소득세율 상향 조정 등도 이윤 창출이라는 동기를 꺾어 경제활성화를 저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 도입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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