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최주영 기자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죄송합니다."

두달 새 한진일가가 포토라인에 서며 반복했던 말이다. 횟수로 치면 10번째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로 시작된 한진일가 사태는 결국 조 회장의 구속영장청구까지 내몰았다. 지난 2일 검찰은 조양호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달 28일 탈세 의혹 및 횡령·배임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소환조사를 받은 후 4일만이다. 앞서 조현민 전 전무와 조현아 전 부사장, 이명희 전 이사장에 이어 조 회장까지 한진그룹 일가에만 4번째 영장청구를 한 셈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도 여론의 공분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룹 안팎에서는 이때다 싶어 각종 의혹을 제기하거나 추가 제보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문득 조사 과정이 석연찮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상 유례없이 총수일가를 열 번이나 포토라인에 세워 두고 “잘못했습니다”를 외치게 하는 한진일가에 대한 처벌이 과연 합당한가의 문제를 두고 고민에 잠겼다. 

엄밀히 따지면 한진일가 입장에서 이번 사안은 살인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진일가는 마치 ‘동네북’마냥 여러 조사기관에 불려다니며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실제 두 달 새 대한항공을 조사하는 정부기관만 경찰 검찰 관세청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11곳으로 늘었다.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11개 사법·사정기관이 일시에 조사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검찰과 경찰 외에 정부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 나아가 조양호 회장의 구속수사가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조 회장의 혐의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해외금융계좌 잔액 10억원 이상 시 신고의무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ㆍ사기, 약사법 위반이다. 

다만 검찰은 500억원대 상속세 탈루 건은 추가 수사 필요성을 들어 영장의 범죄사실에 담지 않았다.

당초 조 회장에 조세포탈 혐의를 씌웠던 검찰은 정작 구속영장 청구때 공소사실에 상속세 부분은 뺀 것이다. 

재계에서는 일찌감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미 사정기관에 의해 수 차례의 압수수색을 거치면서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언급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구속수사는 검찰의 판단이지만 과연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반문할 만한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석연찮다.

조 회장의 구속은 한국 경제계에 불필요한 선례를 남길수 있다. 이미 경제계에서는 위축된 기업 투자 환경이 더욱 악화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한진그룹 사태로 인해 날로 악화되는 반 기업 정서, 이에 기반한 정부의 차가운 시선에 재계는 더욱 몸을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갑질은 비난받아야 하고 경제 범죄도 분명 잘못이다. 엄정한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처벌은 합당해야 한다. 살인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총수일가를 열 번이나 포토라인에 세운 데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죄형 법정주의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냉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퇴임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해야지, 사람을 죽이는 수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대중의 분노가 곧 정의는 아니다. 사법부가 상식에 벗어나지 않는 법리적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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