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 "철근가 단체 협상 정부가 주도했건만 이제 와서"
산업부·국토부 "협의체 운영 탓 아닌 업체별 짬짜미 문제"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 제강사의 '철근 기준가격 협상' 과정에서 담합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관계 부처와 철강업계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철근 기준가격 협상을 위해 건설사 자재 담당자들의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와 매 분기 가격 협의를 벌여왔고, 이는 정부의 중재에 따라 만들어진 단체협상 방식이라 담합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최초 단체 협상을 제안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정위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작 관련 부처는 뒷짐만 지는 실정이다.

철근가 담합 결과 놓고…제강사-정부부처 '서로 네 탓'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주 열릴 전원회의에서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YK스틸,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 등 7개 철강사들의 건설용 철근값 담함 여부와 관련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들 제강사가 지난 2011~2016년부터 진행했던 철근 기준가격 협상 과정에서 담합 행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공정위 조사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거듭 표했다.

   
▲ 철근/사진=현대제철 제공


제강사 관계자는 "산업부와 국토부의 권고에 따라 지난 수년간 가격 단체 협상을 벌였는데 그 행위를 담합 소지로 본다는 공정위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산업부 등이 대신 나서 이야기를 전달하면 좋겠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아 기업으로선 억울함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의 주장과 달리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협의체의 구성은 정부가 단체 협상을 제안했던 2011년 이전인 2009년께부터 존재해 왔다는 주장을 펼쳤다.

가격 협의 과정 또한 업계 자율사항으로 규정했고, 공정위가 문제 삼은 담합 소지는 협의체 운영방식이 아닌 철강사들의 사전 모의 공모에 있다고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건설사와 제강사 간 철근 가격에 이견이 있어 자재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등 문제가 커져 가격 협의체 운영을 제안했다"면서 "가격 산정 관련해서는 정부는 무개입이 원칙으로 공정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이 대목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주장과 달리 정부가 제안하기 이전부터 협의체는 존재했다"면서 "공정위가 지적한 담합 소지 또한 협의체 운영 방식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철근 대란'이 일어났던 지난 2011년 10월 회의를 개최하고 제강사와 건설사 간 '철근 가격 협의체' 가동을 통해 매 분기마다 철근 가격의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키로 권고한 바 있다.

당시 31개 대형 건설사들은 제강사들이 철근의 원재료인 고철(철스크랩) 가격과 에너지 비용 인상 등으로 가격을 올리자 불매운동을 벌였고, 이에 맞서 제강사들은 건설사에 철근 공급을 전면 중단해 결국 정부가 직접 개입에 나선 것이다.

이후 제강사와 건설사는 매 분기별 협의체 운영을 통해 가격 협상을 벌였는데 문제는 이 시기부터 일어난 가격 협상 행위를 공정위가 사전 담합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봉형강 사업 부진에 과징금 걱정까지…제강사 "죽을 맛"

공정위의 결과 발표가 담합으로 판명될 시 업체별로 매겨질 과징금 규모가 높은 것으로 전해져 제강사들은 곤혹에 빠져 있다. 오는 2분기만 해도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은 봉형강 부문의 실적 부진으로 포스코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적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하락, 같은 기간 동국제강은 430억원으로 21.2% 감소할 것으로 추측된다. 각각 봉형강의 원재료인 철스크랩 등의 유통가격은 28.1% 상승했지만 주요 제품인 철근 유통 가격은 2.6% 하락해 부진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철강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담합 여부 결과 발표에 따라 매겨질 과징금 규모일 것"이라며 "금융위기 발발 이후 건설경기가 악화돼 철근 수요가 지속해서 줄어드는 등 수익성이 예년같지 못한 실정에서 대미 통상 압박, 담합 의혹까지 겹쳐 철강사로선 죽을 맛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KDB산업은행은 자신들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A 철강사에 대해 재무 관련 사항을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정위의 담합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과징금 부과 우려가 있어 재무사항 파악 차 이같은 요청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A 철강사는 이에 대해 "아직 담합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고, 해당 요청 건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재무 상태 파악 중 하나일 뿐"이라고 사실을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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