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 이후 3년간 국회계류 중…업계 "기업들 영업부담 증가 우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역대 최대규모 리콜이 결정된 BMW 520d 차량에서 연일 화재가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와 국회에서는 문제 차량의 운행 자제를 요청하고 3년동안 계류돼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 해당 법이 국회에 계류된 점을 고려하면 ‘뒷북 대응’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지난 4일 목포시 옥암동 한 대형마트 인근 도로에서 주행 중인 2014년식 BMW 520d 승용차 엔진룸에 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BMW 리콜 이슈가 불거지며 한국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대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벌이는 전횡을 막아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부각된 것은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두 번째다. 국회에는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한 집단소송제가 법안으로 발의돼 있지만 사실상 계류중이다.

현재 제조물책임법상 고의 또는 과실로 소비자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 제조사에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지만 배상액 규모가 작고 제품이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돼 있다. 

2015년 디젤게이트 사건 때도 수입차 업체가 미국 소비자와 환경보호청 등에 147억달러(17조원) 이상을 배상한 반면 국내 소비자에게는 100억원대 수준을 보상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수입차 업체들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손해배상 규정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우리나라에서 리콜에 안일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BMW그룹은 전날 긴급 소집한 기자회견에서 “2016년 흡기 다기관에서 천공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이후 원인 파악에 나섰다”며 “근본 원인을 파악했던 건 올해 6월”이라고 밝혔다. BMW그룹이 관련결함을 보고받은 시점으로부터 화재 발생이 잇따라 리콜을 결정하기까지 2년여 이상이 걸렸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 동안 수 차례 입법 시도가 진행됐지만 정작 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국회의 미온적 태도'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BMW 화재 사건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더라도 실제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여파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변수로 꼽힌다. 수입차와 국산차의 구분 없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을 대상으로 영업 부담이 증가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들의 과실로 완성차 업계 전반에 튈 불똥이 우려된다"며 "업체들이 대놓고 말은 못하고 있지만 리콜을 결정했다고 해서 손해배상 책임까지 가중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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