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영업이익률 바탕으로 그룹 실적 견인
설비 증설·사업 고도화로 수익성 개선 전망
[미디어펜=나광호 기자]LG·롯데·한화그룹 내 석화계열사들이 업황 호조를 바탕으로 탄탄한 실적을 거두면서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기초소재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7조원을 돌파, LG전자에 이어 그룹 내 순위 2위로 올라섰다.

LG화학이 미중 무역분쟁·국제유가 상승을 비롯한 원재료 가격 강세·정보전자소재부문 실적 부진 등의 악재에도 LG디스플레이를 제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고부가 제품 판매 및 전지부문 실적 개선이 꼽힌다.

또한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전기차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ESS)·수처리 등의 분야에 투자하고 있으며, 대산공장 내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설비 상업운전 및 납사크래커(NCC) 증설 등이 완료시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전기차 배터리부문이 흑자 행진을 기록하고 중 화유코발트와 조인트벤처(JV) 설립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수급이 확보된 가운데 국내 석화업계 최초로 미 화학학회의 전문잡지인 C&EN에서 글로벌 톱10에 진입하는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 LG화학 대산공장(왼쪽)·롯데케미칼 울산공장/사진=각 사


신동빈 회장이 '뉴 롯데'를 천명하는 등 화학기업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롯데그룹에서도 화학계열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타이트한 수급의 영향을 받은 올레핀·아로마틱부문과 롯데첨단소재·롯데케미칼타이탄 등 자회사들의 선전이 겹치면서 올 상반기에 1조36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롯데쇼핑의 10배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계열사들이 '사드보복' 등으로 타격을 입는 동안 화학계열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 주력사업 경쟁력을 제고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규모 글로벌 10위권 진입·세계 1위 생산규모의 고순도이소프탈산(PIA) 설비 증설·현대오일뱅크와의 HPC 설비 공동투자 등 물량공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유통계열사를 중심으로 광고를 만들었던 롯데그룹도 최초로 롯데케미칼 TV광고를 제작, 연말까지 3편을 방영하고 디지털·시네마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화학계열사 홍보에 나서고 있다.

   
▲ 한화토탈 대산공장 전경/사진=한화토탈


김승연 회장이 화학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은 태양광 업황 부진 속 한화그룹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고 있다.

한화가 최근 한화큐셀을 한화솔라홀딩스와 합병, 나스닥 상장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상장의 실익보다 부담이 큰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세이프가드(긴급수입 제한조치)를 발동하는 등 미국 태양광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 조달 또한 용이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지난해 한화토탈이 1조51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같은 기간 한화케미칼과 한화종합화학도 각각 7901억·621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그룹의 실적을 견인하면서 화학부문이 그룹 내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한화토탈이 내년 완공을 목표로 대산공장에 9000억원을 투자해 에틸렌·프로필렌·폴리프로필렌(PP) 증설을 추진하고, 한화종합화학이 미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진출을 위해 현지 업체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실적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화업체들은 C&EN에서 글로벌 톱50에 속속 진입하고 있으며, 순수 화학 산업의 경우 정유사의 영업이익을 앞지를 정도로 성장했다"며 "그룹 내에서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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