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가까이 엄격한 경영수업 받아...재벌 자녀에서 보이는 갑질, 음주, 도박 등 없어, 오직 일에만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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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아버지는 성공한 창업가로서 절대적인 분이셨으며 엄격한 스승이었습니다. 2015년 경영권 분쟁이 터지고 일본 기업 논란이 불거지면서 아버지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셨을까, 현명하게 대처하셨을까 고민해 봤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그래서 더 괴롭고 아직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지난달 22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고등법원 형사 8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재판부를 향해 한 말의 일부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재벌 오너 자녀들에 대한 반감 정서가 커지고 있다. 땅콩회황에서 부터 물컵 갑질, 운전기사 폭행 등 재벌 자녀들에 대한 갑질은 국민들의 큰 공분을 샀다. 재벌 자녀들의 마약, 폭행, 음주운전, 도박, 성매매 등은 심심하면 등장하는 뉴스거리다.
재벌 자녀들을 향한 국민의 반감 정서는 기업을 물려받을 능력도 갖추지 않았는데 초고속 승진으로 최고 자리에 오르는, 소위 '금수저'이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로 보면 재계에서 신 회장처럼 정공법으로 공부하고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은 경영자도 드물다. 재벌 자녀들에서 흔히 보이는 건방짐, 미성숙함, 무능함, 나태함, 폭력성 등을 신 회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여자 문제 한번 터진 적도 없었다.
신 회장은 도박해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었으며, 그림과 부동산을 좋아해 일과 관련되지도 않은 곳에 투자한 적도 없다.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적은 더더욱 없다. 재벌 자녀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카도 그의 취미가 아니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까 싶을 정도로 그는 일만 하며 지냈다. 그는 오직 롯데를 잘 경영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공부하고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탓에 한국 사회에 만연한 학연, 지연도 없다. 오직 능력 중심이다.
신 회장은 58세에 롯데그룹 회장에 올랐지만, 아버지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카리스마에 가려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의 월급조차도 아버지가 결정했다. 재벌 자녀 중 환갑이 다되도록 아버지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신 회장은 오직 일만 생각하는 '일벌레'로 느껴졌고, 재벌 자녀 중 이렇게 오랜 기간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은 사람도 드물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구속 이후에도 '재벌들은 구속만 되면 아프다'라는 통설을 깨고 성실히 구치소 생활을 하고 있다.
이렇게 착실하고 능력 있는 경영자가 뇌물 공여와 경영 비리 혐의로 구속돼 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절대 이익이 될 수 없다.
신 회장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여러 번 밝혔지만, 가족 경영 비리 혐의는 신 회장이 한 것이 아닌 아버지인 신 명예회장 시절에 벌어졌던 일들이다. 현재 롯데에는 신 회장 이외에 가족들이 경영에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다.
국정농단 뇌물 혐의도 국가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기부'한 것이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을 목적으로 건넨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밝혀졌다. 또 상식적으로 봐도 매출 92조원에 달하는 재계 5위의 그룹 총수가 면세점 지점 특허 하나 얻기 위해 대통령에게 청탁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롯데그룹 전체 매출에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
롯데를 출입하며 지켜본 신 회장은 롯데를 자녀에게 물려줄 뜻도 없어 보였고 차가울 정도로 일 중심, 능력 중심의 경영을 펼쳐왔다. 학연과 지연도 배제하고 가족 경영도 차단하고 있다. 이런 원칙주의 때문에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갈등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그 자신 역시 롯데를 잘 경영하는 것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라 믿고 실천해왔다.
이런 능력 있는 경영자를 구치소에 가둬두는 것이 합당한 일일까?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신 회장은 재판부를 향해 "마음속에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지만 모두 제 불찰이라 생각하며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능력 있는 경영자에게 일할 기회를 주자.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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