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프라·러시아 천연가스 도입·관광사업 등 경협 추진
미,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대북제재 국면 속 비핵화 압박
   
[미디어펜=나광호 기자]18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이 유엔(UN)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UN 회원국들도 완전한 대북제재 이행을 촉구한 가운데 대북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주요그룹 총수 등이 평양행에 동행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그간 국무부 등을 중심으로 남북관계와 북한의 비핵화가 별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해 왔으며, 이번 긴급회의 소집을 통해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 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재차 표명했다. 

특히 북한이 선박 환적 등을 통해 석유와 석탄 등의 자원을 수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최근 한국이 북한산 석탄을 구입하고, 석유와 발전기를 비롯한 품목들을 북한에 반출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자칫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대규모의 남북경협을 진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최태원 SK 회장·구광모 LG 회장·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4대그룹 경영진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최정우 포스코 회장·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 인프라 및 관광 관련 기업 경영진이 동행, 이용남 북한 내각부총리를 만나는 것은 '신경제구상'을 비롯해 그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남북경협을 현실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 시베리아 철도노선./사진=로템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경협에는 △철도와 도로를 비롯한 인프라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과 철광석·석탄·마그네사이트 등 자원 수입 △금강산 관광사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프라 사업의 경우 북한이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사실상 없어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 및 민간 자금으로 진행해야 하며, 북한이 물류비 등의 이득을 얻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북지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북한에게 노무비를 비롯한 일정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과 자원 수입 및 관광사업 역시 대북제재 속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남북경협에 실질적으로 참가하는 기업들은 UN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자칫하면 '소탐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비핵화에 대해 "모든 부분이 '블랭크'"라고 말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5월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긴급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온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제1부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임 실장은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비핵화 관련 구체적 합의가 나올지와 그 내용이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합의문이나 구두합의 중 어떤 형식으로 이뤄질지 등 모든 부분이 '블랭크'"라고 말했다.

그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여러 차례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하겠다고 말했으나, 비핵화 논의 진전에 그 어떤 합의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과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비핵화는 커녕 오히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이에 탑재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드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비핵화 현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경협을 진행한 것이 도리어 핵개발 자금을 지원한 셈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유엔사 철수, 미군의 전략자산 운용 중지,  미군 철수 등을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을 상대로 경협을 선행하는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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