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부는 '에너지믹스'를 최적화하고 소비구조 혁신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미래 에너지 산업 플랫폼 구현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에너지전환 컨퍼런스'에서 "에너지 글로벌 패러다임은 공급·수요·산업 등 3가지 측면에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날 주로 논의된 것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였으며, 행사에 참여한 김영훈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도 "화석연료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약점이 대두되면서 재생에너지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행사명에 걸맞게 에너지전환을 강조하는 연설과 발표들이 이어져 에너지믹스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했다.
에너지믹스는 '에너지'와 섞는다는 뜻의 '믹스'가 합쳐진 것으로, 에너지원을 다양화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구체적으로는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과 중성자와 우라늄의 충돌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원자력발전을 비롯한 전통에너지와 재생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뜻하지만, 원전과 화력발전소를 없애는 정책을 이어가면서 에너지믹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있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취임사에서 에너지믹스 최적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국가 에너지믹스를 갖추겠다고 말했으나, 원자력 및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겠다고 말하는 등 실제로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또한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서도 한국형 신형원전 'APR 1400'의 모델이 전시됐으나, 태양광패널과 풍력발전기 모델과의 크기 차이가 현격했다.
이밖에도 태양광 패널을 통한 전기 생산과 태양광 랜턴 조립 및 태양광 패널이 장착된 미니카 경주 등 재생에너지 관련 이벤트는 다수 마련된 반면, 원전이나 화력발전 관련 이벤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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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 패널(왼쪽)·미국 텍사스주 내 풍력발전기/사진=한화큐셀·미디어펜 |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높이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도 본래적 의미의 에너지믹스라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충분히 늘어나는 식으로 달성해야 하지만, 결국 원전과 화력발전을 줄여 비율을 맞추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분야에 8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투자되면서 설비가 늘어났음에도 지역주민 민원 및 규제 등으로 실제 발전량이 이를 따르지 못하는 등 거북이 걸음을 보이고 있지만, 분수의 원리상 분모인 전체 발전량이 줄어들면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요관리요청(DR)을 통한 전력 확보 △경제성장률 저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분 불확실성 등을 앞세워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대비 전력수요를 줄이고, 지난 겨울 10차례나 급전지시(수요관리요청)를 내렸음에도 8차 기본계획에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원전의 용량은 지난해 22.5GW에서 2030년 20.4GW로 줄어들게 되며, 석탄화력발전소도 지난해 36.8GW에서 2022년 42GW로 늘어나지만, 2030년에는 39.9GW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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