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서울 한남동 시리즈코너에서 한 남성이 '스타일링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
[퀀텀점프 코리아 2020]-신인류의 유통②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서울 용산에서 혼자 사는 김 모 씨(35세, 남)는 최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대형마트를 언제 가보고 안 갔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꺼냈다. 같이 있던 친구들도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집 앞까지 다 가져다주는데 왜 대형마트를 가느냐'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 김 씨는 차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마트를 갈 때 가끔 사용하기는 했으나 이제는 그럴 일이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물품은 인터넷으로 구매를 할 수 있고 그게 더 저렴할 때가 많다. 급하게 필요한 게 있으면 집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면 된다. 결제도 스마트폰에 입력된 간편 결제서비스로 하면 그만이다. 굳이 지갑에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박 모 씨(32세,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주로 옷을 구매한다. 유명 브랜드의 옷은 아니지만, 흔치 않은 디자인의 옷을 볼 수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셀럽이 그 옷을 입어보고 추천을 했기 때문이다. 그 셀럽이 입은 옷을 누르기만 하면 가격 정보를 알 수 있고 구매로 바로 연결되기도 한다. 결제만 되고 배송이 안 될 수 있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이 셀럽은 워낙 신뢰도가 높아서 그럴 일이 없다고 말한다. 그 셀럽도 신용으로 먹고살기 때문에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씨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구매한 적이 없다고 한다. 사더라도 해외여행을 갈 때 현지에서 사 오거나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과 같이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쇼핑과 교통, 결제 등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에 굳이 교통체증을 각오하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찾을 이유가 없다.
이들은 식료품, 옷, 화장품 등을 대부분 인터넷이나 해외직구, SNS 등을 통해서 구매하고 있다. TV를 보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어 TV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빈도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직구 규모는 1494건 및 13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6%와 3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물품들은 주로 중국산 전자제품과 미국산 건강기능식품, 일본 완구·인형류 등이었다.
스마트폰 쇼핑 확산되며 자동차 등 소유 개념에도 변화
이런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하면서 과거에는 중요하게 자리했던 '집은 없어도 차는 산다'라는 가치관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들부터 차를 소유하는 경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 되더라도 차를 소유할 필요성과 그럴 부담을 안기 싫어하는 것이다.
차가 필요하면 차를 잠시 빌려 탈 수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택시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으로 택시만 가능하지만 해외에서는 우버와 그랩 같은 어플리케이션이 있어 굳이 택시를 타지 않더라도 저렴하게 원하는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요즘 젊은 세대들을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등으로 비관적으로 평가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자발적 포기 세대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소유가 아닌 공유가 확산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집이나 자동차 등을 자발적으로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유 세대가 확산하면서 성장하는 곳이 공유를 근간으로 태어난 에어비앤비, 위워크, 우버 등이다. 해당 기업들은 숙박과 사무실, 숙소 등을 공유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무섭게 성장했다.
안경을 온라인으로 판매해 성공한 와비파커, 면도기 정기배송업체 달러쉐이브클럽 등도 배송과 공유라는 개념으로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에서도 비슷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위워커, 우버 이어 안경 와비파커, 면도기 달러쉐이브클럽 큰 성공
이런 트렌드에 맞춰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옷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공유경제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본점과 잠실점 에비뉴엘에 패션 전문 대여 매장인 '살롱 드 샬롯'을 운영하고 있다. '살롱 드 샬롯'은 자주 쓸 일이 없고 비싸서 구매가 쉽지 않은 여성 드레스나 아동 정장, 명품 핸드백 등을 빌려주는 대여 매장이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장을 보인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시리즈'도 올해 초부터 신상품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안경이나 면도기 등을 배송해주며 성공을 거둔 사례가 몇몇 있는데 국내 대형 유통업계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공 사례가 없어 보인다"며 "4차 산업혁명은 어쩌면 대기업 중심이 아닌 개인과 네트워크 중심의 유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