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안이한 임직원 퇴출, 모럴헤저드" 지적
"임금삭감 계획 등 無...7년째 임금동결"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정부가 현대상선에 1조원을 투입하며 경영 정상화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과감한 지원에 나서는 만큼 현대상선 또한 고통분담을 이끌어 낼 추가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매주 실적보고를 통한 경영개선을 주문하는 등 고강도 자구계획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8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상선의 성과가 낮은 임직원을 즉시 퇴출하는 등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겠다”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사진=현대상선


채권단이 이같은 고강도 혁신안을 꺼내든 가장 큰 이유는 현대상선 실적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최근 실사를 통해 1조원의 자금(신주인수권부사채 6000억‧사모 전환사채 4000억)을 투입했지만, 회사 경쟁력 강화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 이후 1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올 상반기 손실액 규모는 3699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오는 14일 발표될 3분기 실적도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14분기 연속 적자 상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이 4분기 흑자전환도 실패할 경우 ‘3년 연속 적자’ 꼬리표가 따라붙을 위기다.

시장에서는 현대상선을 두고 ‘모럴헤저드’ 논란까지 불거졌다. 부실기업에 국민 혈세를 투입해선 안 되며 임금동결이 아닌 임금삭감 등 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독자적 생존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또 다른 구조조정 대상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016년부터 두 차례 걸쳐 전 임원을 대상으로 최대 30% 임금삭감과 더불어 영구채 발행 등을 병행해 올해 2조원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에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7년 연속 임금을 동결 중이라는 설명이다. 해상직원의 경우 2016년부터 2년째 동참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창근 사장의 경우 퇴직금이 4배수에서 2배수(절반)으로 줄었고 이사 보수한도도 축소했다”며 “추가 임금 삭감과 관련, 내부적으로 진행된 바는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향후 대규모 자금 지원이 현대상선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혈세'라 불리는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상선도 연봉삭감, 희망퇴직 등 강한 구조조정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회사측 경영정상화 주장만 믿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만 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일침했다.

다만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을 유 사장 등 경영진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해운업계 실적부진은 운임하락, 연료유 상승같은 환경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고 운임이 하락하면 운영 자금 부족 현상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현대상선은 유류할증료 도입 등을 준비 중이다.

당초 정부와 업계는 현대상선이 글로벌 수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10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수준으로 몸집을 키워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현대상선은 39만TEU 수준이다. 관련업계는 이 전략을 실현하는 데는 5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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