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니티와 유사한 호텔 차 브랜드...유럽에서 스미스, 리쉬 등 미국 브랜드 강세, 오설록 등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
   
▲ 호텔 객실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차(tea)브랜드./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호텔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차(tea)입니다. 차는 커피와 함께 호텔 식음 업장과 객실 등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커피의 경우는 호텔 자체 블렌딩 커피를 사용하거나 네스프레소와 일리 등을 쓰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또 호텔 커피는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브랜드를 잘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차는 조금 얘기가 다릅니다. 호텔 등급과 브랜드마다 차 브랜드가 다를 때가 많습니다. 차 브랜드는 어메니티와 매우 유사합니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객실에 놓여있는 차를 보고 호텔의 수준을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내 호텔들 어떤 차(tea) 사용하나

호텔들이 객실에 무료로 제공하는 차는 크게 녹차와 홍차입니다. 녹차는 오설록이나 동서식품, 한국제다 등 국내 브랜드가 대부분이며, 홍차는 해외 브랜드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집중적으로 다룰 것은 홍차입니다. 세계적인 홍차 브랜드는 프랑스의 마리아쥬 프레르, 쿠스미, 포숑, 영국의 웨지우드, 트와이닝스, 포트넘메이슨, 독일의 로네펠트, 알트하우스, 싱가포르의 TWG, 일본의 루피시아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홍차가 주로 유럽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유럽 차 브랜드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티바나, 허니앤손스, 티포르테, 리쉬, 스미스 등 미국 차들도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브랜드뿐 아니라 찻잎의 등급에 따라서 맛과 값이 천차만별입니다. 녹차도 찻잎의 재배 시기와 방법에 따라 우전과 세작, 중작, 대작 등으로 나누는 것처럼 홍차도 FOP(Floery Orange Pekoe), OP(Orange Pekoe), P(Pekoe), PS(pekoe Souchong), S(Souchong) 등으로 나눈다고 합니다. 가장 최상급인 FOP에서도 FTGFOP, TGFOP, GFOP로 등급을 매긴다고 합니다.

등급을 이렇게 나누는 것은 대충 알지만, 사실 직접 맛을 봤을 때 어떤 브랜드이고 찻잎 등급까지는 알기 힘듭니다. 또 대부분 홍차는 몸에 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찻잎이나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즐기고 있습니다. 호텔에 머물 때는 객실에 무료로 제공되는 차들은 챙겨오는 편입니다. 

호텔들은 룸 타입과 업장마다 사용하는 브랜드가 다를 때가 있으며 몇 년 단위로 브랜드를 교체할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직접 목격했고 물어본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먼저 국내 특급호텔들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차 브랜드는 독일의 로네펠트로 보입니다. 콘래드, 더 플라자, 반얀트리 등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일 브랜드인 로네펠트는 호텔에서 성장한 브랜드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전세계 특급호텔 중 약 80%가 로네펠트 제품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국내 특급호텔들도 초창기 때는 로네펠트를 많이 사용했었습니다.

그다음 많이 보이는 차 브랜드는 딜마 입니다. 딜마는 스리랑카 브랜드라고 합니다. 국내 호텔 중 딜마를 사용하고 있는 호텔은 워커힐과 밀레니엄힐튼 등입니다. 

웨스틴조선호텔은 독일의 알트하우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레스케이프호텔은 프랑스의 니나스를 객실에 비치해 놨습니다. JW메리어트 동대문과 롯데 시그니엘, 제주 해비치호텔 등은 프랑스의 다만 프레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라호텔은 싱가포르의 TWG, 포시즌스와 JW메리어트는 미국의 리쉬, 인터컨티넨탈은 미국의 스티븐 스미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콘래드 서울 객실에 비치된 차./사진=미디어펜

최고의 호텔 차 브랜드는 뭘까?

차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동안의 호텔 방문 경험으로 살펴보면, 중저가 호텔에서는 립톤을 많이 비치해놨고 그 다음이 트와이닝, 아마드, 딜마, 로네펠트 순으로 보입니다. 객실에 들어갔을 때 딜마와 로테펠트 정도만 있어도 "좋은 호텔이구나", "객실에 투자 좀 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중 신라호텔에서 사용하는 TWG는 차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은 브랜드입니다. TWG는 싱가포르 여행에서 많이 사오는 차이며 국내에는 롯데월드타워 에비뉴엘에 티하우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투썸플레이스에서도 차 음료에는 TWG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TWG는 로고에 1837이라고 써 있는데 실제 이 회사가 설립된 것은 2008년이라고 합니다. 1837은 TWG와는 상관 없는 싱가포르에 차 트레이드센터가 생겨난 해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름도 영국 유명 차 브랜드인 트와이닝스와 유사하게 가져가면서 역사가 오래된 차 브랜드로 인식하게끔 했습니다. 차를 좀 아는 이들 사이에서 TWG는 품질보다는 마케팅으로 성공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강남 르메르디앙 호텔에는 타바론 이라는 차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브랜드는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브랜드를 접했던 것은 서울카페쇼에서 처음이었고 뉴욕에서 본 적은 없습니다. SNS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아봐도 이 브랜드를 미국에서 봤다는 사람은 못 봤습니다. 2008년에 설립돼 역사가 짧아서 일 수도 있으나, 그리 유명 브랜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또 타바론 차 한잔을 마시기 위해 종이 포장지를 벗겨내고 비닐까지 벗겨내야 합니다. 포장지가 그리 친환경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소공동 롯데호텔의 경우는 아예 객실에 홍차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롯데호텔은 객실에 아모레퍼시픽의 오설록 녹차와 보성 작설차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급호텔 중 홍차를 제공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호텔로 보입니다. 왜 롯데호텔에는 홍차를 제공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고객들이 마시지 않아서"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고객이 객실에 비치된 홍차를 마시지 않아 재고가 쌓여서 언젠가부터 녹차만을 제공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시그니엘 호텔과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 타워에는 다만 프레르가 비치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논리가 맞지 않습니다. 비용 절감 이유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또 투숙객들이 객실에서 홍차를 마시지 않는 배경 중 하나는 물을 끓이는 전기 포트에 물 대신 속옷이나 양말을 삶는 고객들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전기 포트 사용 자체를 꺼리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국내 호텔 중 가장 최고급 차를 사용하는 호텔은 어디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사용하는 스티븐 스미스 브랜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시작한 스미스는 극소량 수확한 전 세계의 최고급 찻잎을 수제 가공해 만든다고 합니다. 가격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브랜드 설립자인 스티븐 스미스는 미국의 유명한 차 브랜드인 타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스미스 티백을 보면 원물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중저가의 티백들은 주로 찻잎을 잘게 부수어 놓습니다. 적은 양으로 많이 우려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러나 스미스는 원물 그대로 담았기 때문에 우려내는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천천히 오래 먹을 수 있습니다. 티백 포장지도 옥수수 전분을 사용해 인체에 해가 없으며 친환경적이라고 합니다.

포시즌스호텔에서 사용하는 리쉬도 매우 고급 찻잎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시즌스호텔이 2016년 리쉬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얼마전 리뉴얼 한 JW메리어트 서울도 로네펠트에서 리쉬로 차 브랜드를 변경했습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객실에는 티백을 제공하지만 클럽 라운지 등에는 찻잎을 그대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호텔이 티백을 제공하고 있으나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는 보덤 티팟에 찻잎을 그대로 우려 먹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차 브랜드 중 최고의 브랜드로 꼽히는 것은 프랑스의 마리아쥬 프레르 입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마리아쥬 프레르를 객실에 제공하는 호텔은 아직 못 봤습니다. 서울 신라호텔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 로비 라운지에 마리아쥬 프레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정도였습니다.(정작 직원들은 마리아쥬 프레르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더군요)  해외에서는 깐느의 인터컨티넨탈호텔과 방콕의 파크하얏트에서 이 브랜드를 봤습니다. 


한국 차 문화를 위하여

일본을 가면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녹차를 제공할 때가 많습니다. 해외에서는 녹차(green tea)를 일본 차(Japanese tea)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녹차의 종주국을 일본으로 보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의 차, 한국의 차는 무엇일가요? 보리차인가요? 현미녹차인가요? 정말 슬픈 현실입니다. 우

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하동과 보성 등지에서 차밭을 일구고 살았는데 정작 제대로 된 차 문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호텔들도 국산 차를 외면하고 해외 유명 차를 가져오는 데 급급합니다. 좀 더 남다르고 비싸면 좋은 차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찾아보면 좋은 차들이 많습니다. 경남 하동에서는 아직도 수제로 차를 재배하고 있으며 대기업 중에는 아모레퍼시픽이 오설록 브랜드를 잘 키우고 있습니다. 오설록은 해외에 찻잎을 수출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얼마 전부터 시그니엘 호텔에 오설록이 들어가는 등 호텔서 오설록을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 타워에서도 오설록은 웰컴티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국내 차 브랜드들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제품과 디자인, 마케팅 등에 더욱 세련됨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으며 호텔들도 국내 브랜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