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권고안, 'ILO 협약 비준' 내걸면서 대체근로 허용·직장점거 금지 등 경영계 요구는 외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빠진 채로 노동정책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22일 공식 출범했지만, 시작부터 '친노조' 편향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노총 대표를 제외한 노동계 4명과 경영계 5명, 정부측 2명 및 경사노위 2명, 공익위원 4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된 경사노위는 20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과 관련해 경영계 요구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공익위원 권고안을 발표해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공익위원안은 '해고자나 실업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도록 인정해야 한다'는 노조측 요구를 그대로 담으면서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노조의 직장점거를 금지해야 한다는 사측 요구 내용을 담지 않아 '공익위원이 맞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공익위원안에는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조 가입과 5급 이상 공무원·소방관, 특수고용직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면서 현행 노조설립신고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 전임자의 임금 지급, 이를 목적으로 한 파업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해 각 사안에 노조의 목소리를 담았다. 

또한 경사노위의 수장인 문성현 위원장은 21일 오후 민노총이 총파업 집회를 여는 동안 이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한 포럼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민주노총 총파업, 잘한다고 생각한다"며 "30년 이상 노동운동을 해온 우리가 어떻게 할 거냐하는 고민은 따로 있다. 우리는 투쟁을 뛰어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급인 경사노위 위원장은 정부-경영계-노동계 간의 대화를 조율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사회적대화기구의 책임있는 자리다.

문 위원장은 사회적대화기구의 수장으로서 엄정하게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지만 공개적으로 민노총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문 위원장은 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경사노위의 친노조 편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노조 요구를 담은 공익위원안에 대해 "공익위원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며 "(ILO 핵심협약은) 국내법과 충돌되는 것이 너무나 많아 국민정서나 여론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동근 교수는 "이거야말로 진짜 부역세력"이라며 "우리나라는 노동법제가 불비한 나라도 아니고 노사 관행 등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이 있는 나라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 교수는 민주노총의 영향력에 대해 "민노총 산하 80만명과 자영업자 600만명, 2500만명의 근로자들을 감안하면 실제 인원에 비해 발언권이 과도하다"며 "조직된 6%가 근로자 90% 이상의 대표성을 지녀야 되겠냐"고 반문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ILO 협약에 대해 "세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지침 규정이 아니고 가이드라인을 단체에서 제시하는 것에 불과해 우리나라가 이를 받아들여야 선진국이라는 주장을 할 필요가 없다"며 "국가별 법체계라든가 현장 모습, 노사관계가 자라온 배경과 역사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ILO에 얽매여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박 실장은 ILO 협약 비준에 따른 공무원들의 단체행동권 보장에 대해 "공무원 파업이 정당화될 경우 많은 민원인 등 공공 업무들이 일시중단되거나 국민을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목적 성취를 위해 파업권력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국민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노총은 21일 전국 14곳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총파업을 벌였다.

한국은 지난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조건으로 핵심협약 8개를 비준하기로 약속했고 지금까지 4개를 비준한 상태이지만, 민노총 등 노동계는 이를 더 비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의 제안대로라면 전교조 합법화를 비롯해 실체를 갖추지 못한 노조의 난립, 해고자들과의 임금협상이 불가피해져 향후 노사관계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앞서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지금과 같은 노사관계가 지속되면 기업들은 다 해외로 떠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정부가 밝힌대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를 통해 노동 정책 논의가 본격화되겠지만, 현실에 부합하고 국민 경제를 돌보지 않는 일부의 편향적인 입장에 기업들의 골머리만 썩고 있다.

   
▲ 사진은 11월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 등 전국 단위사업장 대표자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