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특성상 화재 발생 가능
원인규명 못한 사고도 잔존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문재인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ESS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상반기 ESS 보급량이 1.8GWh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배 가량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 중 재생에너지연계용(683MWh)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부여 등의 제도에 힘입어 같은 기간 16배 급증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ESS는 배터리들이 직렬로 연결되기 때문에 배터리간 전압 차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맞추는 과정에서 일부 배터리에 과부하가 걸린다. 이로 인한 발열이 심해져 스파크가 튈 수 있는데 이것이 기기 내 전기 패널 등에 닿으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ESS 보급이 확산되면서 화재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ESS가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설비가 충분치 않았던 남호주와 대만에서는 대정전으로 공장과 가정에 전기가 끊기기도 했다.

산업부는 지난해부터 ESS 사업장에서 총 15건의 화재가 났으며, 이번달에도 경북 영주와 충남 천안 등에서 4건이 발생하는 등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부터 7월에도 경북 변산·전남 영암·전북 군산·경남 거창·세종 등 전국에서 6건의 화재가 일어났다.

특히 산업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실태조사를 벌였으나 일부 사건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으며, 산업부가 국내 ESS 사업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화재안전 관련 세미나를 진행한 이후에도 2건의 화재가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 거창 풍력발전 ESS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사진=경남소방본부


산업부는 이에 대해 'ESS 화재사고 대응 정부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우선 다음달부터 내년 1월까지 국내 1300여개 ESS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한다. 정밀안전진단은 업계와 민관합동으로 구성되는 '특별 점검 태스크포스(TF)' 등 2개 축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 주도의 경우 LG화학·삼성SDI·한국전력공사 등 3개사가 자체 진단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진단에 들어가며, 특별점검 TF는 관련업계와 전문가 및 유관기관 등이 배터리 납품업체 등 제조사의 자체 진단 여력이 없는 사업장에 대해 조사한다.

사고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운영상황을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하고, 이를 위해 모바일 앱을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긴급 차단 등 안전성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은 관련 기준 개정 전이라도 업계가 자발적으로 도입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엄격한 시공사자격 적용 △설치 기준 강화 △다중이용시설 내 ESS 용량 제한 및 ESS 시스템 안전기준 마련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사고 위험을 낮출 방침이다.

한편 이번달 발생한 4건의 사고는 모두 LG화학 배터리에서 일어났으며, LG화학은 태양광 연계 배터리 충전 상한을 75%로 15% 낮춰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 LA 유니버셜스튜디오 내 태양광 패널/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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