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나온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규모 400만개 넘어…고용 통계 착시현상 언제까지
   
▲ 정치경제부 김규태 기자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문재인 정부의 '단기 일자리' 늘리기 백태가 사법부에까지 전염됐다.

대법원이 최근 전국 법원에 단기 일자리 채용을 사실상 권고하는 메일을 보냈고, 이후 사법부 내 49개 기관이 1~2개월짜리 임시직 총 371명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삼권분립 원칙을 망각하고 행정부의 '일자리 부풀리기' 기조에 사법부도 발을 맞추는 촌극"이라고 평가했다.

법원행정처가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행정처가 각급 법원에 지난 10월 메일을 보내 '기획재정부 단기 일자리 사업에 따라 관련 사업예비비를 배정받을 예정이니 2개월 한시 인력을 채용하라'고 요청했고, 이에 일선 법원·지원·법원도서관 등 여러 산하기관이 채용에 나섰다.

대법원은 "불필요한 인력을 뽑은 것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예산 부족으로 처리 못한 업무를 예산 확보한 김에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조계의 빈축을 샀다.

정부의 일자리 부풀리기는 고용 실정을 왜곡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언급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규모는 400만개를 넘을 정도다.

지난달 취업자는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으나 지속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취업자가 9만1000명,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 받는 도소매업 종사자가 6만9000명 줄어들었다.

국회 환노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연내 단기일자리 확대방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손실 55억 원을 기록하고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10월4일 기재부 요청을 접수한 후 인력 수요조사 없이 700명 규모의 단기 일자리 확대방안을 짜 기재부에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급조된 일자리는 단순 행정업무에 불과할 뿐더러 고용 통계 착시현상을 일으켜 현실을 왜곡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기재위 성일종 한국당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산업은행·기업은행·예금보험공사·서민금융진흥원이 기재부로 최초 회신하면서 '채용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기재부의 거듭된 검토 요청에 314명을 단기 채용할 예정이다.

   
▲ 법원행정처가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행정처가 각급 법원에 지난 10월 메일을 보내 '기획재정부 단기 일자리 사업에 따라 관련 사업예비비를 배정받을 예정이니 2개월 한시 인력을 채용하라'고 요청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로부터 2019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일부 일자리 질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면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적어도 고용문제에 있어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엄중한 평가"라고 말했다.

주 52시간제 도입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민간 시장을 도외시한 채 정부 역할과 능력을 과신하고 지시와 압력으로 공공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지난달 취업자수 증가폭을 발표하면서 "공공 일자리가 이번 조사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산업별·지방자치단체별로 상이해 명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답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은 정부 재정이 투입된 공공 일자리 등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6만4000명·1년 전보다 8.2% 증가)이었다.

고용 문제는 청년·서민·저소득층을 비롯해 온 국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최저임금 직격탄에 줄폐업이 이어지고 제조업 취업자가 9만명 줄어드는 등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 후퇴하는 가운데, 정부의 공공부문 단기일자리 처방이 어디까지 갈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