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이슈에서도 호텔은 예외, 럭셔리 지향할수록 일회용품 사용 더 많아...고객의 환경 의식도 높아져야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전 세계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이 주요 환경오염 이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고기와 새의 모습도 충격을 준 바 있고 최근에는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뉴스도 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플라스틱 사용이나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퍼지고 있습니다. 커피 전문점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억제하고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대형마트에서 비닐 쇼핑백을 없애는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각도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호텔이 '환경' 혹은 '지속 가능성'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지 고민해 봅니다. 호텔이라는 시설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시설이며, 환경 보호를 위해 어떤 걸 실천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사우나에 비치된 일회용품들. 바디타올도 일회용 스펀지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자연환경 잘 보존된 지역에 오픈한 호텔, 과연 친환경 시설일까?

호텔은 도심에 있거나 바다와 산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망이 좋거나 공기가 좋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지역에 있는 호텔은 매우 선호됩니다. 호텔은 부동산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호텔 자체가 친환경적인 시설인가라고 생각해봤을 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매일 호텔에서 쏟아져나오는 음식물과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는 정확히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엄청날 것입니다. 세탁물은 또 얼마나 나올까요. 일례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중구 지역에서 가장 많은 수도세를 내는 시설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롯데호텔서울 객실이 1000개 가까이 되면서 거기서 사용하는 물이 어마어마한 것이지요. 

또 2017년 부산 기장 해변에 오픈한 힐튼부산에서는 오픈 초기, 이 호텔에서 나온 오·폐수가 바다로 방류되면서 지역 주민과 환경에 피해를 준 적도 있습니다.

물론 호텔들도 환경 보호를 위해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침구 교체에 제한을 두는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럭셔리와 위생이 우선되고 너무나 다양한 고객들의 취향을 맞춰야 하는 곳이다 보니 적극적인 환경 보호 캠페인을 펼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럭셔리를 지향하는 호텔들은 자신들과 고객의 품격과 위생 등을 이유로 더 많은 일회용품과 쓰레기를 방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호텔을 다녀본 경험에 따르면 '럭셔리=일회용품'이라는 공식이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럭셔리 호텔 지향할 수록 일회용품 사용 많아...소극적 환경 캠페인 그쳐

실례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사우나를 방문하면 비누에서부터 칫솔, 면도기 등이 모두 무상제공으로 쌓여 있습니다. 칫솔 한번 사용하더라도 종이와 비닐 포장지를 벗기고 사용해야 합니다. 양치 한번 하는데 나오는 쓰레기가 매우 많습니다. 비누도 정말 한번 사용하고 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비누 거품을 내는 바디타올도 스펀지 형태의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친환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호텔로 보였습니다. 호텔 측에 이런 질의를 하면 '포시즌스호텔 메뉴얼'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파크하얏트서울과 부산에서도 얼마 전까지 사우나에서 칫솔과 면도기 등 일회용품을 무상 제공했습니다. 럭셔리를 지향하는 호텔은 일회용품을 많이 배출해도 되는가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호텔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호텔 측의 입장도 있을 것입니다. "고객들이 위생에 매우 민감하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라 일회용품이 많이 사용된다" 등의 답변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커피 전문점에서는 매장에서 일회용 커피잔에 먹고 싶어도 머그잔에 반강제적으로 먹어야 하는데, 호텔에서는 그런 강제성이 없는 것일까요. 호텔에서는 절대 고객에게 물을 아껴 써라,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라는 등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고 소위 '있는 자'들이 이용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요? '있는 자'는 일회용품 마구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요?

   
▲ 힐튼 계열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방콕에서는 플라스틱 소재 생수 대신 종이팩 생수를 사용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텀블러와 종이팩 생수 제공 호텔...고객의 환경 의식도 높아져야

물론 호텔들이 환경 보호 실천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의 호텔을 가보면 슬리퍼나 일회용 칫솔, 면도기도 제공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몇 년 전 다녀온 하와이의 마우이 안다즈 호텔에서는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체크인할 때 고객들에게 텀블러를 제공하면서 복도에 있는 정수기를 이용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또 방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방문했을 때는 플라스틱 소재가 아닌 종이 소재의 생수를 제공했습니다. 룸키도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소재였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월도프 아스토리아 방콕은 사용된 종이팩을 '태국 그린 루프 프로젝트'의 목적으로 '루프 시트(roof sheets)로 재활용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호텔과 환경', '호텔과 지속 가능성' 이슈를 생각해봤을 때, 환경 이슈는 호텔 운영자뿐 아니라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의식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호텔에 일정 금액을 지급했다고 물과 일회용품 등을 마구 사용하는 것은 환경을 위해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수건도 집에서는 여러 번 사용하면서 왜 호텔만 가면 한 번만 사용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비누 한번 쓰고 버리고, 물 한 모금 마시기 위해 종이컵을 사용하는 게 더 위생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호텔 운영자 측면에서도 환경을 위한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해 보입니다. 몇몇 호텔 체인에서는 시행하고 있으나 침구를 매일 갈지 않은 고객에게 포인트를 부여하는 제도를 마련한다거나, 플라스틱 소재의 룸키를 모바일 키나 종이 소재로 바꾼다든지 환경을 위한 다각도의 아이디어가 절실해 보입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