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및 원전산업 밸류체인 붕괴 주장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탈원전을 추진하는 여당의 중진 의원이 그간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학계·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던 주장과 유사한 발언을 한 것이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수출하기 위해서는 원전 기자재 지속 공급이 필요하지만,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중단으로 공급망 붕괴가 현실화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송 의원은 "원전 정책이 바로 이렇게 탈원전으로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며, 장기적으로 소프트랜딩해야 하는 것 같다"면서 "노후 원전 및 화력발전소 건설과 신한울 3·4호기의 스와프 검토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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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 3·4호기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새울본부 |
이와 관련해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송 의원의 소신 있는 탈원전 반대 입장이 여당 내 잠자고 있는 양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청와대·정부·여당은 이에 대한 답변을 빠른 시일 내로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환영의 의사를 표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 70%가 원전에 찬성하고 25만명이 넘는 국민이 탈원전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면서 "문 대통령은 더 이상 경제적이고 안정적이며 친환경적인 원전을 이념 실현의 도구로 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다수석을 점유하고 있는 창원시 의회도 앞서 지난해 말 탈원전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경남 창원은 원자력업체 300여개의 소재지로, 탈원전으로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저하되면서 고용 감소 및 지역경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신규발전 설비투자 가운데 73.2%가 재생에너지에 투자된 반면, 원전의 경우 4.2%에 불과했다"면서 "송 의원의 '신한울 발언'은 시대변화를 잘못 읽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노후원전을 수명연장 없이 폐쇄하는 것으로, 전혀 급진적이지 않다"며 "오는 2083년까지 60여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것으로, 오히려 현 정부에서 원전 4기가 증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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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원전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왼쪽에서 세번째부터) 정운천 의원·곽대훈 의원·김삼화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그러나 업계는 국내 원전 건설 중단시 '60년 탈원전'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상민 우리기술 전무는 지난달 11일 '원전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60년 탈원전'은 신고리 5·6호기 설계수명이 끝날 때까지 밸류체인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것"이라며 "업체들의 도산으로 예비품 공급과 기술지원 및 A/S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게 대책이 있나"라고 지적했다.
김종두 두산중공업 상무도 "사우디 수주에 성공한다고 해도 3~4년은 지나야 하청업체들에 낙수효과가 돌아가는데 그때까지 그 업체들이 견디는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부연했다.
한편 설비투자 비용을 근거로 에너지전환이 세계적 추세라고 하는 것은 단순계산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발전설비의 '가성비'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에 따르면 이용률 고려시 1.4GW 원전과 비슷한 수준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6GW의 태양광이 필요하며, 신한울 3·4호기를 20년간 운영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태양광발전의 총량에 달하는 전기를 만들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간헐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1MWh의 ESS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5억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최근 잇따라 발생한 화재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리스크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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