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산업부로 창구 나뉘어 기업들 고충…특별법 등 관련법 개정이 규제완화 관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새로운 서비스·기술이 기존 정부 규제에 걸리지 않고 시장에 출시되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가 17일부터 시행됐지만, 일부 칸막이 구조가 여전해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회적 논의가 진행중이거나 이미 대통령직속위원회 등 정부 전담팀이 있어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아이들의 모래 놀이터처럼 기업들이 자유로이 혁신을 구가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동안 이에 해당하는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출퇴근 차량공유제인 카풀 및 암호화폐 자금조달(ICO)의 경우 정부 내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규제 샌드박스로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다른 관건으로는 부처간 칸막이 문제가 꼽힌다. 

규제 샌드박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부로 창구를 나눠 신청을 따로 받는데 정보통신기술과 산업 분야를 구분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신기술이 여러 규제에 중첩되어 있을 경우 기업은 양쪽에 모두 문의해야 한다.

양측에서 다음달에 개최할 예정인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와 규제특례 심의위원회의 위원들도 정해지지 않아 심사를 준비할 기업들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다만 기업이 규제 샌드박스 활용에 대해 법적 판단을 요하는 경우, 법무팀이 없는 중소기업이 '신속처리' 제도를 이용하면 정부가 현행 어느 법률에 저촉되는지 일괄적으로 유권해석을 내려줘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30일 안에 정부측 회신이 없다면 관련 규제가 없는 것이고, 이에 따라 기업은 자신들의 신기술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열린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자료사진=청와대

정치권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성공 요건으로 특별법 등 관련법 개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기업이 신기술 서비스를 시장에 곧바로 내놓을 수 있지만, 이는 임시허가제 1회만 연장 가능하고 기존 규제에 대해 최대 4년(실증특례 2년-1회 연장가능)까지만 적용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행법 규정이 미비하거나 관련법 개정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다면 혁신적인 서비스라도 지속되기 어렵다"며 "일례로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신산업 추진도 실질적인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면 특별법 제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신산업을 일으킬 골든타임은 지금 이 순간이나 다름없다"며 "결과적으로 규제 완화 방향으로 가서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일으킬 여건을 만들려면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여야가 법률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모든 정부가 규제 완화를 표방했지만 제대로 실행에 옮기질 못했다"며 "정부가 모니터링을 통해 집행력을 높이고 국회가 이를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는 단순히 신기술 서비스의 시작을 한번 허가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규제 완화를 통해 신산업을 일으켜 세우자는 것이다.

정부와 여야가 관련법 개정을 통해 이를 어떻게 뒷받침하고 기업에게 채워진 족쇄를 얼마나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