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전개 상황 ·경영 영역 등 3가지 기준에 따라 마케팅 범위 설정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우리 시대에 어디까지를 마케팅의 범위라고 할 수 있을까? 모든 문화예술 영역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지 못할 이유는 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경계가 모호해져버린다. 그래서 문화예술 마케팅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관점에 따라 그 범위를 얼마든지 다양하게 정할 수 있겠지만 학계에서는 대체로 세 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즉, 마케팅의 목적에 따라, 마케팅을 전개하는 상황에 따라, 문화예술 경영의 영역에 따라, 문화예술 마케팅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첫째, 마케팅의 목적에 따른 문화예술 마케팅 활동이 있다. 먼저 '문화산업' 마케팅으로, 여러 문화예술 영역에서 특정 분야를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개하는 마케팅 활동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음은 '문화예술기관' 마케팅으로, 문화예술작품의 창작과 보급에 기여하고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를 발전시키려는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사례들이다. 마지막은 '문화 스폰서십' 마케팅으로, 자사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기업에서 문화예술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다.

둘째, 마케팅을 전개하는 상황에 따른 문화예술 마케팅 활동이 있다. 먼저 '문화산업(문화콘텐츠)' 마케팅으로, 영화나 연극 또는 게임 같은 문화산업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다음은 '비영리조직(사회적)' 마케팅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혹은 지역축제의 명소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경우다.

또한 '스폰서십' 마케팅으로, 어떤 기업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메세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사례들이다. 마지막은 '문화가치' 마케팅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차별적 원천을 문화의 가치에서 찾으려고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경우다.

셋째, 문화예술 경영의 영역에 따른 문화예술 마케팅 활동이 있다. 박정배 교수는 『예술경영학 개론』(2013)에서 문화예술 마케팅의 대상이 곧 문화예술 경영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며 문화예술 마케팅의 대상을 3가지 영역으로 구분했다. 먼저 '문화재 영역' 마케팅으로, 순수 예술과 문화재를 지원하고 관리하기 위해 전개하는 마케팅 활동들이다.

다음은 '문화 영역' 마케팅으로, 순수 예술과 문화재 영역 모두를 아우르며 더욱 포괄적으로 수용하면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경우다. 마지막은 '문화산업(창조산업) 영역' 마케팅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순수 예술을 문화산업으로 확장시켜 부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전개하는 마케팅 활동들이다.

   
▲ 국립중앙박물관의 야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명칭은 각각 조금씩 다르더라도 문화예술 마케팅의 주체는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를 비롯한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다. 문화예술 마케팅의 목표는 문화예술작품을 보급해서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를 더욱 발전시키는데 있으며, 마케팅의 대상은 문화예술작품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케팅의 목적에 따르건, 마케팅을 전개하는 상황에 따르건, 문화예술 경영의 영역에 따르건, 세 가지 분류 기준에는 마케팅의 주체와 목표 및 대상에 있어서 공통분모가 있다. 여러 논의를 종합하면 여러 가지 명칭을 '문화예술 마케팅'이라는 하나의 용어로 통일해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문화예술 마케팅이란 간단히 말해서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마케팅 활동인 셈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비영리 기관은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같은 기관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며 문화예술작품을 널리 보급하고 국민들에게 공연과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

경영 측면에서 보면 지원금을 받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원 주체가 경영에 간섭하거나 통제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관의 생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한 비영리 기관들은 영리 기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야 할 만큼 상황이 절박해졌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영리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도 문화예술작품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잠재적인 예술 소비자 집단을 육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난 1990년대부터 보편화되었다. 영리 기관과 비영리 기관의 경쟁이 시작되면서 문화예술에 있어서도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었다.

대중이 선호하는 문화예술작품을 기획하는 동시에 영리 기관에서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는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들도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비영리 기관 입장에서는 예술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하면서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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