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이어 포드, 폭스바겐 등 감원 잇따라
현대차 노조 "충원 필요" 사측 압박·르노삼성 파업강행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자동차 시장의 공급과잉과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자동차 업계의 감원 추세를 이끌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체질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과 르노삼성자동차의 노조에게는 '우이독경'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인위적인 감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법적인 현실에서 '정년퇴직자 자연감소'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는데 이마저도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어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또 노사 분규가 타결점을 찾지 못한 채 점점 극으로 치닫고 있는 르노삼성차는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파업을 이어가고 있어 결국 르노본사의 신차배정도 불투명해졌다. 얼라이언스의 핵심 생산공장에서 빠진듯한 모양새로 비춰지며 앞으로의 존폐위기에 내 몰렸다. 

   
▲ 자동차 시장의 공급과잉과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자동차 업계의 감원 추세를 이끌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체질계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진=미디어펜


20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잇달아 감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 포드는 지난 15일 비용절감을 위해 독일에서 5000명을 감원하고, 영국에서는 그보다 많은 인원을 구조조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13일에는 독일 폭스바겐도 향후 5년간 직원 7000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미 지난해 11월 본국인 미국에서만 1만40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으며, 재규어랜드로버도 연초 4500명의 인력 감축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격적 투자'가 미덕이었던 자동차 업계였지만 이제 감원은 대세가 됐다. 주요 시장에서 산업 수요가 정체되며 과거 경쟁적으로 양적 성장에 매진한 결과물이 과잉 설비로 남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은 감원 추세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업종에 속했지만 앞으로는 인력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자동차 제조공정 중 철판을 찍어 형태를 만드는 일이나 이를 용접해 차체를 만드는 일, 차체에 색을 입히는 일은 100% 기계가 한다. 사람이 투입되는 일은 형태가 거의 갖춰진 차에 구동부품과 내장부품 등을 조립하는 정도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제치고 자동차 업계의 주류로 떠오를 경우 이런 인력 수요마저 줄어든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구조가 단순하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3만여개에 달하지만 전기차는 그보다 37%가량 적어 생산 인력도 20~30%가량 덜 필요하다.

여기에 로봇 기술의 진화와 물류 효율화까지 더해지면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인원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이같은 감원 추세를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국내 공장에서는 기업이 파산 위기에 처하지 않는 이상 감원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노동계도 이같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에 대비해 사측에 특별 고용안정위원회를 요구해 온 것도 그 때문이다.

현대차가 내놓은 해결책은 '정년퇴직자 자연감소'다. 사측은 최근 특별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노조 지도부에 전기차 생산 확대로 2025년까지 인력이 20%가량 불필요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 3만5000여명 중 7000명가량의 잉여인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감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대차는 매년 발생하는 정년퇴직자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잉여인력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고용안정'을 충족시키면서도 잉여인력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문제는 노조가 일정 수준의 인력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생산 투입 수요 인력이 줄더라도 자연 인력감소분이 인력 수요 감소를 크게 초과하는 만큼 2025년까지 1만명은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르노삼성의 노조주장 역시 회사를 위기로 몰고 가는 상황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임단협에서 추가 인원배정과 함께 생산속도 감소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는 얼라이언스의 효율성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이에 현재의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고정비가 증가하는 추가 인력배치와 생산속도를 줄이게 되면 효율성측면에서 마이너스가 발생한다. 즉 추가 물량을 투입시킬 만한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상황이 최악이지만 르노삼성 노조는 여전히 부분 파업을 한다고 통보했고 20일과 21일에 작업 구역별로 지명파업을 벌이기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을 지난 19일 회사에 알렸다.

지명파업이란 노조에서 지명한 근로자나 작업 공정별로 돌아가며 파업하는 방식을 말한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지금까지 주간과 야간 작업조로 나눠 4시간씩 하루 8시간 동안 모든 공정을 멈춰 세웠던 전체 부분파업과는 다른 방식이다. 

하지만 자동차 생산방식상 한 공정이 멈추면 다음공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즉 사실상 전체의 부분파업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 르노그룹에서는 이같은 행위를 멈춰달라 강력히 호소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이런 본사의 의견은 묵시하고 꾸준히 파업을 단행하고 있다. 

이런 르노삼성의 르노그룹 내 소속 지역 본부가 변경됐다. 기존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에 속해있던 한국, 일본, 호주, 동남아 및 남태평양 지역을 아프리카-중동-인도 지역 본부와 통합해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 지역 본부로 재편했다. 그리고 중국 시장에 대한 집중력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중국 지역 본부를 신설했다.

향후 수출지역의 다변화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미국수출물량이 사라진 상황에서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중요 시장공략 전략지에서 배제됐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80%를 넘는다. 하지만 이번 변동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게 됐다. 불확실성만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산업 전반에 효율성 강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만은 이를 역행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 속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