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금융당국이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의 수수료 갈등을 진화시키기 위해 꺼내든 ‘형사고발’ 카드가 대형가맹점의 콧방귀에 무색해졌다. 

카드사도 현재 인상된 수수료 수준 이하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 사진=미디어펜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20일 신한·삼성·롯데카드 등 3개 카드사에 공문을 보내 수수료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25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신한·삼성·롯데 등 주요 카드사는 지난 22일 쌍용차에 “현대·기아차와 같은 수준으로 인상폭을 내리는 건 어렵다”는 내용의 조정안을 전했다. 

카드사들은 지난 1일부터 쌍용차에 대한 가맹 수수료율을 기존 1.8% 후반대에서 0.1%포인트가량 인상했다. 쌍용차는 인상폭을 기존의 절반인 0.05%포인트 안팎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카드사들이 쌍용차에 요구한 수수료율은 인상분을 포함해 2.0~2.1% 수준이지만 쌍용차는 현대차와 같이 1.89% 안팎의 수수료율을 요구하고 있다. 

르노삼성과 한국GM도 쌍용차와 비슷한 수준(2.0~2.1%)에서 카드사와 수수료율 협상을 마치고 서로 공문을 주고받는 등 사실상 조정을 마무리 지었지만 최근 현대·기아차 수준으로 수수료율 인상폭을 낮춰 달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자동차업계 뿐만이 아닌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통신사와 대형마트, 항공사 등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수수료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대형가맹점의 부당한 수수료 요구에 대해 처벌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대형가맹점들은 한발 더 나아가 계약해지를 무기로 카드사를 압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대해 "추후 카드수수료 적용실태 점검을 거쳐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당시 금융위의 경고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팽배했다. 수수료율 협상과정에서 위법 행위에 대한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인해 위법 행위를 공정하게 가릴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는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적하는 ‘부당한 요구’의 객관적 판단기준이 없다. 이를 설사 위반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라도 벌금은 최대 3000만원에 불과하다.

또한 근본적 문제인 가맹 계약 해지에 대해선 금융위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는 “여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 요구할 경우와 부당한 보상금 요구할 때 처벌할 수 있다는 부분”이라며 “가맹점 계약 해지는 별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형가맹점들은 금융위도 손 쓸 수 없는 ‘가맹 계약 해지’를 통해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 요구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카드사들은 쌍용차가 요구하는 수준까지는 어렵지만 적정 수수료율에 대해 다시 조정안을 낼 방침이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상된 수수료는 여전법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 산정방식으로 적용된 것"이라며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를 제외한 대형마트, 이통사, 항공사 등의 수수료율이 특히 많이 올라간 이유는 그만큼 마케팅이 많이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최대한 협의를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는 방법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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