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아시아나항공’과 ‘상장폐지’라는 단어가 나란히 언급됐던 것만 해도 큰 사건이죠. 채권의 상폐 위기는 넘겼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국내 A증권사 애널리스트)

600억원 상당의 채권이 상장폐지 위기까지 갔던 아시아나항공 문제가 국내증시 최고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당 채권의 상폐 위기를 모면했고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의견이 ‘적정’으로 바뀌었음에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문제가 워낙 심각한 수준이라 투자 리스크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 사진=연합뉴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시아나항공 채권 상장폐지’라는 충격적인 키워드와 함께 급부상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지난 22일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냈다. 

‘한정’은 외부감사인이 기업 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감사 범위가 부분적으로 제한된 경우 제시되는 비적정 의견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6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86 채권이 상장폐지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는 ‘아시아나항공 상장폐지’라는 문구가 올라가는 일도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유례없이 재빠른 재감사 절차에 돌입해 결국 채권 상폐 위기는 모면했다. 2018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 삼일회계법인의 의견이 ‘한정’에서 ‘적정’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일회계법인의 관점을 수용한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적정’ 의견을 받은 재무제표를 보면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이 1958억원으로 공시됐다. 이는 ‘한정’을 받은 재무제표 대비 900억원 이상 커진 수준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한정 보고서의 886억원에서 대폭 줄어든 282억원에 머물렀다. 부채비율은 무려 24%p 높아진 649%로 확정됐다. 

이 중에서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보고 있는 항목은 부채 부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000억원 규모의 단기자금을 갚아야 한다. 오는 4월에 상환해야 할 회사채만 해도 600억원 규모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돈은 1조 32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 시가총액의 2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일련의 상황은 신용평가회사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 확실시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에는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내려갈 경우 만기 전에 투자자가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옵션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려둔 상태다. 신용등급(BBB-)을 투기등급(BB+)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감사보고서의 의견 수정과는 별개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라는 결론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가 ‘적정’ 의견을 받았고 채권 거래가 정상화 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아시아나의 주가는 급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장중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약 15%대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 주가는 20%대 넘는 하락폭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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