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매니저·하우스어셔 전문성은 고객의 향후 방문 의사에 결정적인 영향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말이라 '감정 노동'이란 용어가 낯설지는 않다. 감정 노동이란 어떤 일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업무에 맞춰 변형시켜 이를 소비자들에게 상품으로 판매하는 행위나 그런 행위가 필요한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을 뜻한다.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나타내며 고객을 대해야 할 때 자신이 감정 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증폭된다고 한다.

판매, 유통, 요식, 관광, 간호 분야에서의 노동과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 소속된 직원들의 서비스 행위도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감정 노동이 많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직원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감정과 기분까지 고려한다. 육체노동 이상의 정신노동인 셈이다. 직원들은 자신의 감정과 무관하게 자신이 속한 기관이나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연출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근무 환경에 만족하는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직원들은 섬세한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킨다. 기분이 좋으면 그 느낌이 저절로 고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고객들도 직원의 감정 상태를 민감하게 느끼며, 그 느낌에 따라 서비스 품질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감정과 서비스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직원들이 고객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는 고객은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서비스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직원의 서비스 품질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며, 자신이 받은 서비스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 직원들에 대한 서비스 교육 훈련도 중요하다. 적절한 교육 훈련을 통해 고객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접점에서 고객들과 만나는 직원은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 그 자체이자 그 기관을 대표한다.

마치 은행장이 은행을 대표하지 않고 창구 직원이 은행의 서비스를 대표하듯이 말이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서비스가 고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서비스 전문성의 개념을 이해하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최고의 교육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직원들도 전문적인 교육 훈련을 받으면 업무 만족도가 높아진다. 나아가 직원들의 사기나 서비스 능력도 향상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져 고객의 만족감을 제고함으로써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가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다.

   
▲ '극장 용'의 하우스어셔 모집 공고.(2016)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경영자 입장에서도 직원의 교육 훈련을 통해 인적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직원들의 이직률을 줄이는 동시에 서비스 업무를 표준화시켜 불필요한 비용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필요할 경우에는 직원들에게 문화예술 직무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는 위탁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가 인적자원 개발 프로그램도 있다. 직업능력 개발이 쉽지 않은 문화예술 분야의 현장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문화예술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경영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직원은 내부 고객이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경영자는 고객과의 접촉 과정에서 생기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직원들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인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직원들이 문화예술 서비스를 감정 노동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긍정적인 사례들을 제시하며 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직원들이 필요에 따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배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내부 직원에 대한 배려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복지 혜택 자체를 직원들이 최종 목적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본말이 전도되지 않도록 사람의 감정 문제를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 문화예술 마케팅 믹스에서 사람 요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디까지나 직원의 만족이 아닌 고객의 만족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화예술 마케팅의 서비스 교육 훈련에서는 하우스매니저와 하우스어셔를 대상으로 관객을 만족시키는 공연장 서비스를 교육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예술작품의 소비 과정에서 직원과 고객의 상호작용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하우스매니저(house manager)가 공연장의 운영과 관리를 총괄하는 책임자라면, 하우스어셔(house usher)는 공연장에서 관객의 입장과 퇴장을 안내하고 질서 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방문 고객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우스어셔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비스 접점에서 하우스매니저와 하우스어셔의 전문성은 고객의 향후 방문 의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감동적인 서비스 훈련이 문화예술 마케팅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하우스매니저와 하우스어셔의감정을 특별히 배려해야 하지만, 직원들 역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때 비로소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면대면 관계에서 감동적인 상호작용 서비스가 빛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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