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의적 판단 근거로 '작업중지 가능성' 커져
독소조항 점철된 산안법, 불확실성 증폭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가 22일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시행규칙 하위법령이 그대로 시행되면, 이와 관련된 기업 모두를 궁지에 몰아넣을 것으로 우려된다.

산안법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개정된 것으로, 작업중지명령 발동요건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모호하게 규정해 정부 재량에 따라 남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산안법 개정안은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업종 혹은 기업별 사정이 달라 세부기준을 시행령에 포함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작업중지명령 해제조건을 강화시켜 기업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앞으로 산업재해 등 사고 발생 후 정부가 여론에 따르거나 자의적 판단을 근거로 작업을 중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경영자를 처벌하는 독소조항 내용도 들어가 관련기업 CEO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됐다. 고용부가 이날 발표한 산안법 하위법령은 '원청 사업주' 기업 대표이사에게 전국 각지 사업장의 산업재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게 해, 물리적으로 형사처벌을 각오해야 하는 독소 조항으로 작동한다.

고용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의견서를 받은 후 한차례 회의만을 갖고 이를 수용하지 않기도 했다.

   
▲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청와대


경총은 이날 고용부 발표에 대해 "도급승인 대상 화학물질의 농도기준인 1% 이상은 화학물질관리법과 비교해 과도하다"며 "개정안은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를 4일 이내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작업중지로 인해 해당기업과 관련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던 '작업중지 해제' 결정의 지연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범위와 명령 요건인 동일한 작업,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고용부 감독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작업중지 명령이 발생하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산안법뿐만 아니라 강화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유예기간이 올해로 종료되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 경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곳곳에 깔려있다는 점이다.

2015년 제정 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적용되는 화관법의 경우, 전국 대상업체 공장설비를 바꿔야 하는 규제만 457개에 달해 최악의 경영환경을 조성할 위협으로 꼽힌다. 최저임금은 최근 2년간 29% 급격하게 올라 한계기업들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산안법을 비롯해 화관법·최저임금은 각 이슈에서 기업들의 호소를 외면한 문재인정부의 '3대 악법'으로 통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