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업계 실적 불태운 '와일드 파이어'
1년 반 동안 ESS 화재 21건…신규 발주 '올스톱'
산업부, 민관합동 조사위 구성…결과 발표 늦어져
나광호 기자
2019-05-03 11:36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는 태양·마그마·드래곤의 불 다음으로 뜨거운 마법의 인화성 액체 '와일드 파이어'를 활용해 작중 최강의 함대에 궤멸적 타격을 입히고 석조 건물 및 그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2017년 8월부터 최근까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가 총 21차례 발생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의 화재원인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ESS 관련 업체들의 실적도 불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올해 국내 ESS 신규 설치 발주가 사실상 '올스톱' 됐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올 3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최근 이를 6월로 연기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ESS는 화재 발생시 전소되는 특성이 있고, 다수 기업과 제품이 관련돼 있다"며 "원인 규명에 상당한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소방대원들이 1월21일 울산시 남구 대성산업가스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LG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은 27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7% 감소했다. 특히 147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전지부문이 이같은 현상에 일조했다.


정호영 LG화학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와 관련해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함께 국내 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ESS 화재 때문에 지출한 비용은 1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역시 국내 ESS 수요 부진의 영향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절반 이상 하락했으며, 중대형 전지부문은 적자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미주를 중심으로 해외 ESS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2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시 방출하는 ESS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필수적인 장치로, 양 사는 ESS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배터리를 생산한다.


   
지난해 12월17일 충북 제천 송학면 아세아시멘트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사진=충청북도소방본부


효성중공업도 ESS 시장에 닥쳐온 충격파를 피하지 못하고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대상자는 중공업부문 직원들로, 지난해 이 부문의 영업손실은 334억원으로 집계됐다.


ESS 운영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전력 제어시스템(PMS)와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하거나 전력계통에 공급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전력변환장치(PCS)를 자체 개발한 효성중공업은 문재인 정부의 친재생에너지 정책을 통해 사업 경쟁력 확대를 노렸으나, 타격을 입게 됐다.


LS산전도 ESS 프로젝트 지연을 비롯한 요인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하는 등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가 76개 시험항목 중 53개를 완료했다고 했지만, 6월 초에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볼때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해외수출에도 난항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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