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행동 요인과 3가지 선이 유기적 관련성을 맺을 때 만족도 배가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집을 설계할 때 청사진이 필요하듯,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도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해두면 고객 서비스에서 놓치는 부분 없이 섬세하게 관리할 수 있다. 역할이나 관점이 각각 다른 사람들이 청사진을 공유한다면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서비스를 한눈에 이해하고 직원 각자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된다.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이란 서비스를 객관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서비스의 체계를 명확히 설명한 그림과 지도이자 서비스 관리 지침이다.

뉴욕씨티은행의 마케팅 부사장이었던 쇼스택(G. Lynn Shostack)이 "전달할 서비스를 설계하기(Designing Services That Deliver)"라는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하면서(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1982), 서비스 청사진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쇼스택은 서비스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며, 어떤 천재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다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각화의 도구가 서비스 청사진이라고 했다.

킹만 브런디지(Jane Kingman-Brundage) 교수는 1989년에 이 개념을 서비스 전달 체계를 분석하고 설계하는 기법으로 발전시켰다. 킹만 브런디지는 쇼스택이 제시했던 단계(steps)를 넘어서 과업(tasks) 위주로 서비스 청사진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서비스 청사진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결국, 서비스 청사진은 고객이 서비스의 감동을 느끼도록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준비한 서비스 제공의 단계를 나누는 방법이자, 내부 직원에게는 과업(업무)을 수행하는 가이드라인이 된다. 서비스 청사진을 작성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 고객의 행동에 대응하는 직원의 행동, 고객과 만나는 접점의 관리, 나아가 모든 서비스의 실행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서비스 과정을 새로 설계할 때도 서비스 청사진은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같은 역할을 한다.

서비스 청사진을 통해 서비스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투입된 인원이나 예산 같은 모든 영역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서비스 체계의 구조와 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서비스 청사진은 서비스의 주요 단계를 연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각 체계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도 한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마케팅 관리자는 서비스 청사진을 미리 작성함으로써, 서비스의 기대 효과를 사전에 추정할 수도 있다. 만약 서비스 과정에서 실수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미흡한 대목을 보완함으로써 서비스의 실패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보통 서비스 청사진을 활용해 서비스 과정의 단계와 과업을 분류한다. 고객들은 서비스 청사진을 통해 경험할 서비스의 특성을 알 수 있고, 직원들은 서비스 청사진을 보며 맡겨진 일을 하게 된다. 서비스 청사진을 설계하는 중요한 목적의 하나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의 예상 지점을 미리 파악해,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의 사례로 어떤 공연이나 전시회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고객의 대기 시간 문제를 생각해보자.

어떤 공연이나 전시회에서도 입장하기 전까지 기다려야 하는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 대기 시간이란 서비스를 바라는 때부터 서비스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걸리는 모든 시간이다. 고객들의 기다림은 서비스를 제공받기 전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도중이나, 심지어 서비스를 제공받은 다음에도 있을 수 있다. 대기 시간을 단축하면 고객 만족도는 높아진다. 서비스 청사진에서 대기 시간의 실패 지점을 사전에 감지해 이를 개선하면, 서비스 실패에서 서비스 성공으로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대기 시간에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고객들이 무료하게 보내는 시간에 다른 곳에 주목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도 있을 수 있다.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대기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혼자만이 아닌 모든 사람이 똑같이 기다린다는 대기 시간의 공평성을 고객 스스로가 느끼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대기 시간에 따른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 서비스 청사진의 기본 구조.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서비스 청사진에는 서비스 제공 과정을 고객에게 보이게 하는 가시화 영역(front stage)과 고객에게 보이지 않게 하는 비가시화 영역(back stage)이 있다. 즉, 가시화 영역과 비가시화 영역과 그에 따른 선의 관계에 의해 서비스 청사진의 구조가 갖춰진다고 하겠다. 서비스 청사진의 행동 영역에는 고객의 행동, 현장 직원의 행동, 후방 직원의 행동, 지원 프로세스 같은 4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고객의 행동(customer action)은 서비스 청사진에서 가로선으로 표시된다. 고객이 어떻게 행동하고 기대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서비스 과정에서의 선호와 회피, 상호작용, 기타활동 같은 고객의 행동 양상이 해당된다. 서비스 청사진에는 고객이 행동하는 모든 과정을 순서대로 표시하며, 고객의 행동 양상이 바뀌면 청사진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둘째, 현장 직원의 행동(onstage)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과 직접 접촉하며 상호작용하는 직원의 행동을 의미한다. 고객의 행동과 현장 직원의 행동은 상호작용선에 의해 구분된다. 고객의 눈에 직접 보이는 현장 직원의 행동은 두루두루 연결되며,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이 이 영역에 해당된다.

셋째, 후방 직원의 행동(backstage)은 서비스를 제공해도 고객이 직접 볼 수 없고 상호작용할 수 없는 내부 직원의 행동이다. 후방 직원의 행동은 현장 직원을 지원하며 현장과 후방 직원의 행동은 가시선에 따라 분리된다. 고객에게 보이는 행동은 가시선 위에, 고객에게 보이지 않는 모든 행동은 가시선 밑에 표시한다.

넷째, 지원 프로세스(support process)는 현장 직원과 후방 직원들이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도록 도와주는 체계이다. 후방 직원의 행동과 지원 프로세스는 아래쪽에 있는 내부 상호작용선으로 분리된다. 이 선에 따라 후방 직원의 서비스와 직원을 지원하는 서비스 내용을 별도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때도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 현장(onstage)과 후방(backstage)의 구분.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서비스 청사진에서 고객의 행동, 현장 직원의 행동, 후방 직원의 행동과 관련되는 선에는 3가지가 있다. 즉, 상호작용선, 가시선, 내부 상호작용선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의 선에 따라 서비스 과정에서 고객과 내부 직원의 실질적인 행동반경이 구별된다.

첫째, 상호작용선(line of interaction)은 고객과 직원 간에 직접적인 상호관계가 이루어지는 선이다. 고객의 행동과 직원의 행동을 나누는 외적인 선이 상호작용선이다. 선의 위쪽은 물리적 증거와 고객의 활용 영역을 의미한다. 고객의 동선과 직원의 동선이 서로 만나는 접점들이 모두 모인 곳이 문화예술 소비자에게 서비스가 실제로 제공되는 지점이다.

둘째, 가시선(line of visibility)은 고객의 눈에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을 나누는 경계선이다. 고객의 관점에서는 가시선의 위에 있는 것은 모두 다 보이는 것들이고, 가시선 밑에 있는 서비스는 보이지 않는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마케팅 관리자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에게 보여주면 좋을 것과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해야 한다.

셋째, 내부 상호작용선(line of internal interaction)은 후방 직원의 업무와 서비스의 지원 과정을 구별하는 경계선이다. 후방 직원이 구사하는 서비스 내용이 어떤 지점에서 감동을 유발하는지도 내부 상호작용선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 선은 내부의 지원 과정을 어떻게 개발하고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도 영향을 미친다.

이상에서 설명한 4가지 행동 요인과 3가지 선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유기적인 관련성을 맺을 때 문화예술 소비자의 고객 만족도가 배가될 수 있다. 서비스 청사진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할 수도 있고 혁신적인 기법을 도입할 수도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서비스의 병목 현상이 어떤 대목에서 발생하는지도 포착할 수 있다. 계획 없이 그저 대충대충 하다가는 큰 봉변을 당하게 된다는 "주먹구구에 박 터진다"는 속담은 문화예술 서비스 과정에서도 딱 맞는 말이다. 서비스 청사진을 잘 설계하면 박 터질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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