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구현 위해 포장·촉진제·사회화 도구·차별화 도구 4가지 전략 활용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문화예술 마케팅에 있어서 물리적 증거를 다른 맥락에서 표현하는 서비스 스케이프(servicescapes)라는 용어를 쓰는 빈도가 늘고 있다. 서비스 스케이프는 서비스 마케팅에서의 서비스(service)와 특정 공간을 의미하는 접미사 스케이프(-scape)라는 단어를 조합해서 만든 합성어다. 다시 말해서, 사회적 요인과 영향을 배제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리적 시설만을 지칭해서 서비스 스케이프라고 한다.

무형성, 이질성, 비분리성, 소멸성이라는 문화예술작품의 특성과 공연장이나 전시공간의 물리적 증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문화예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효과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서비스 스케이프의 개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서비스 마케팅 전문가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비트너(Mary Jo Bitner) 교수가 서비스 스케이프란 용어를 제안한 이후, 이 말은 서비스 마케팅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비트너는 사회적 요인과 영향을 배제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리적 환경이나 시설을 따로 구분해 ‘서비스 스케이프’라고 명명했다. 그는 서비스 접점에서 마주치는 환경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물리적 환경이라고 보았다. 공간 배치, 기능성, 심미적 매력에 관련된 물리적 요인들에 따라 서비스 스케이프가 결정된다는 것.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외부 속성(예를 들어 간판, 주차장, 건물 등)과 내부 속성(예를 들어 디자인, 레이아웃, 조명 등)은 고객들이 느끼는 서비스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문화예술작품을 공연하고 전시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관리하는 모든 과정이 서비스 스케이프라고 하겠다.

서비스 스케이프는 서비스 시설(편의성, 적합성, 디자인성)과 사회적 환경(인적, 정보성)이라는 2가지 요인으로 구성된다. 이밖에도 미적 시설, 분위기, 조명, 서비스 상품, 레이아웃, 사회적 요인, 쾌적성, 심미성, 접근성, 매력성 같은 여러 요인들이 조합돼 서비스 스케이프가 만들어진다. 여기에서의 핵심 요인은 공간 배치, 기능성, 그리고 심미적 매력이다.
 
공간 배치와 기능성은 의자, 복도, 통로, 서비스 라인, 휴게실, 출입구 같은 물리적인 공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배치해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하게 하느냐에 관련되는 문제다. 공연장이나 전시장에서 관객이나 관람객의 눈에 띄거나 실제로 이용하는 공간만이 공간의 전부가 아니다. 그런 공간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공간이 공연장이나 전시장에 숨겨져 있는 법이다.

심미적 매력은 외부 환경, 건축 디자인, 시설 유지, 청결 정도, 사인 표시 같은 요인을 고객이 감동하도록 얼마나 인상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하느냐에 관련된다. 이밖에도 고객들이 심미적 차원에서 서비스 품질을 느낄 수 있는 기타 물리적 요인도 서비스 스케이프에 해당된다.

문화예술기관은 물리적 증거나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경쟁 기관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고, 그런 과정을 거쳐 문화예술 시장을 마케팅 목표에 알맞게 세분화할 수 있다. 서비스 스케이프의 사례로 청각장애인이나 외국인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컬쳐커넥트의 공연자막 서비스를 들 수 있다.

누구나 즐기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소셜 벤처기업 컬쳐커넥트는 공연 시작과 동시에 좌석 거치대에 설치된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자막을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모든 장벽을 허물겠다는 '배리어(barrier) 프리'의 취지를 살려 청각 장애인이나 외국인이 자막을 보며 공연을 즐기도록 해 서비스 스케이프를 만족스럽게 구현했다.

   
▲ 평창문화올림픽 공연자막 서비스 (출처: 컬쳐커넥트, 2018).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한국관광공사는 '대학로 공연관광 페스티벌(웰컴 대학로, 2017)'의 일환으로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수많은 뮤지컬 가운데 '김종욱 찾기', '당신만이', '사랑은 비를 타고', '여신님이 보고 계셔', '틱틱붐' 같은 5개의 공연에 영어, 중국어 간체, 일본어 자막이 탑재된 스마트패드에 자막 서비스를 제공했다.

외국인 관객들은 바로 앞좌석에 장착된 스마트패드로 영어, 중국어 간체, 일본어 자막을 보며 배우들의 대사를 곧바로 알아들었다. 현장에서 요청하면 직원이 지정석 바로 앞좌석 뒤쪽에 스마트패드를 설치해주고, 원하는 언어를 클릭하면 공연 시작에 맞춰 자막이 나타나도록 했다.

더욱이 스마트패드에는 보호막을 씌워 옆 좌석과 뒷좌석 관객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뮤지컬을 점차 확대해 서비스 스케이프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킬 예정이다.

   
▲ 외국인 관객을 위한 스마트패드 자막 서비스 (출처: 도모서비스, 2017).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공연장에서의 스마트패드 자막 서비스는 외국인과 장애인 고객도 공연을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 시설이다. 공연장의 서비스 스케이프는 고객 만족에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다음 공연의 티켓 구매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보다 감동적인 서비스 스케이프를 구현하기 위해, 물리적 장소로써의 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직원과 다른 고객들과의 관계 형성 여건도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 문화예술 소비자의 소비 행동은 실내 환경이나 물리적 증거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실용적 목적과 사회적 가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비스 스케이프를 보다 감동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포장, 촉진제, 사회화 도구, 차별화 도구라는 4가지 전략을 주로 활용한다. 각 전략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포장(Package)은 서비스를 감싸는 내부 요소를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외적인 형상으로 이미지화시켜 외부에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고객들은 패키지의 품질에 따라 첫 인상을 갖게 되며 기대 수준도 거기에 맞춘다. 패키지가 좋으면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 대한 호의도 형성할 수 있다.

촉진제(Facilitator)는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서비스 환경에서 고객들의 행동을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공연자막 서비스나 스마트패드 자막 서비스 같은 잘 설계된 시설은 고객들에게 유익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고 내부 구성원에게는 자신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사회화 도구(Socializer)는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직원과 고객에게 문화예술작품의 긍정적인 기대 효과를 설명함으로써 사회화를 촉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술관에 단체 방문한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그림 그리기 수업을 하면 문화예술의 사회화가 높아진다.

차별화 도구(Differentiator)는 어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가 경쟁자와 구별 짓는 모든 수단들이다. 차별화 도구를 활용해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목표로 하는 문화예술 시장을 세분화할 수도 있다. 물리적 시설을 차별화할 수도 있지만 문화예술작품의 공연이나 전시의 품질을 차별화할 수도 있다.

서비스 스케이프는 고객의 티켓 구매를 촉진하는데 기여하고,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관객이나 관람객의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면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긍정적인 구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객 서비스에 실패했을 경우에도 서비스 스케이프가 좋았을 경우에는 실패를 만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앞으로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서비스 스케이프가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스케이프라는 용어도 모르는 문화예술 마케팅 기획자도 있는 듯하다. 여러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서비스 스케이프의 관리 전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유용한 맥락에서 차근차근 전략을 실행해 나가야 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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