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탈원전발 전기료 '정상화', 웃을 사람 있나
한전 실적 악화, 전기료 인상 논란으로 번져
'탈원전' 독일 전기료, 국내 대비 3배 수준
나광호 기자
2019-05-29 16:18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전력공사의 실적이 급락하면서 전기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전이 공기업이지만 동시에 상장사이기 때문에 정치논리에 따른 가격억제를 고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해 "콩 값보다 두부 값이 싸다"고 말했으며, 최근에는 한전의 올 1분기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5023억원 늘어난 6299억원으로 집계되자 소액주주들이 한전 강남지사 앞에서 흑자경영을 촉구하는 시위에 돌입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출 하락세가 5개월째 이어지고 이번달 역시 이러한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전기료 인상을 뜻하는 정상화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부작용을 양산할 공산이 크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지난달 18일 "국내 유일의 잉곳·웨이퍼 생산업체인 웅진에너지가 폐업위기에 몰렸다"며 중국·독일 기업 대비 국내 태양광업체들이 부담하는 전기료가 높다고 호소했으나, 이로부터 한 달 가량 지난 24일 웅진에너지는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태양광 업종은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폴리실리콘의 경우 40%에 달하며, 잉곳·웨이퍼도 30%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과 OCI 역시 전기료 인상에 따른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도체·정유·석유화학·철강 등 국내 주력산업으로 꼽히는 업종 역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료 5% 인상시 2017년 기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이 각각 413억원, 58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심야시간 경부하 요금이 낮아 전기 사용량이 왜곡된다는 이유로 관련 요금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공장은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이다.


   


결국 전기료 인상론이 불거지는 까닭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이라고 봐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지난해 1kWh당 발전단가를 보면 재생에너지가 173.38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액화천연가스(LNG)도 118.07원을 기록하면서 원자력(60.85원)·석탄(84.9원)과 대조를 이뤘다.


독일 등 탈원전을 추진했던 국가들의 전기료가 급등한 것도 정부 주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를 두고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독일에서는 에어프라이어가 한국만큼 관심 받지 못하고 있다. 전기료가 너무 비싸 사용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8일 국회에서는 최현근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실장이 "전력정책의 핵심 목표는 전기 소비자에게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전기료 문제는 △우리 전력 산업계의 기술 수준 △산업계에 미칠 영향 △국민 수용성 등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발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뿐만 아니라 때이른 폭염특보가 발령되는 등 올해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기료 인상으로 에어컨을 비롯한 냉방기구를 반강제로 틀지 못하게 된다면 산업계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웃음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정부는 깊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오늘의 인기기사

PC버전
© 미디어펜 Corp.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