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 중시하는 가치 보편화…'혼공족'이 향후 시장 주도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문화예술 시장을 세분화한 다음 그 세분 시장이 얼마나 잘 나눠졌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세분 시장 중에서 어떤 시장을 선택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려고 할 것이다. 

어떤 세분 시장을 선택해 그 시장을 공략할 전략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타당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실패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세분 시장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보통 다음과 같은 네 가지다.

첫째 기준은 세분 시장의 규모와 성장 가능성이다. 문화예술 세분 시장의 규모와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세분화된 시장별로 소비자의 숫자가 얼마나 되고 지출액의 적정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따져봐야 한다. 적정 규모란 언제나 상대적 개념이다. 

각 세분 시장에서 현재의 판매량, 예상 성장률, 예상 수익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면 세분 시장의 규모와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때 자사의 규모나 역량에 알맞게 표적 시장을 선정하되, 충분한 규모와 성장률의 추이도 예상해야 한다. 

소규모의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대규모의 세분 시장을 감당하기에는 자원이 부족할 때도 있다.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수익률이 높은 소규모의 세분 시장을 선택하는 전략적 판단도 해야 한다. 세분 시장에 투입된 비용을 넘어서는 수익을 달성하려면 문화예술 시장의 변화에 따른 미래의 성장 가능성도 거시적 차원에서 추정해야 한다. 

경제 상황이 변하면 시장 환경도 변하게 마련이며, 그렇게 되면 결국 세분 시장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분 시장에서 예상되는 변화 추이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계획에 반영하지 않으면 경제 불황기에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둘째 기준은 세분 시장의 구조적 매력도이다. 어떤 세분 시장이 충분할 정도의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도가 낮을 수 있다. 현재 경쟁자의 경쟁 강도와 잠재 경쟁자의 진입 위협에 따라 세분 시장의 장기적인 매력도가 결정된다. 어떤 세분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많다면 세분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성장하는 경쟁자가 새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시장도 세분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수익성 측면에서 세분 시장이 매력적인지 평가해 보고, 세분 시장의 매력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목표하는 세분 시장은 규모도 충분하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이어야 한다. 

세분 시장의 매력도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에는 경쟁의 강도(경쟁 상황), 대체 작품의 위협, 구매자의 힘, 공급자의 힘이 있다. 진입 장벽, 경쟁 상황, 대체 작품,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공감 능력을 분석함으로써 세분 시장의 구조적인 매력도를 평가해야 한다. 진입 장벽이 낮으면 가까운 장래에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의 매력도는 떨어진다. 

현재의 문화예술 시장에 경쟁자가 많을 경우에도 시장의 구조적인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공연 중이거나 전시 중에 있는 문화예술작품을 대체할 작품이 곧 등장하리라고 예상되는 경우에도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기준은 세분 시장의 정보수집 가능성이다. 어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문화예술작품을 경쟁 기관의 문화예술작품과 차별화시켜 제시하려면, 특정 세분 시장에 속한 문화예술 소비자의 특성과 행동에 관련된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선행 절차가 정보 수집이다. 

문화예술 소비자의 욕구, 기대, 선호, 인구통계적 특성 같은 소비자 행동 변인에 대한 정보를 깊이 있게 파악해야 세분 시장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음과 같은 정보수집의 사례는 세분 시장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정보수집 가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환기하고 있다.

공연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는 혼자서 공연을 관람하는 '혼공족'이 선호하는 장르, 연령대, 인기 작품에 대해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4년 동안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10명 중 4명 이상은 혼자서 공연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관객은 2005년의 11%에서 2017년에는 49%까지 증가했고, 2인 관객은 2005년 69%에서 2017년에 38%까지 감소하는 역전 현상을 보였다. 반면에 2인 관객은 1인 관객이 증가하는 만큼 감소했고, 2015년부터는 1인 관객의 예매가 2인 관객의 예매 건수를 추월했다. 

   
▲ 연도별 공연 전체 1인 관객 변화 추이 (자료=인터파크, 2019). /자료=김병희 교수

그리고 '혼공족'은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공연 장르 중에서 콘서트를 가장 선호했다. 혼공족의 콘서트 예매는 2016년에 55%, 2017년에 65%, 2018년에 58%로 나타났다. 클래식과 연극은 뮤지컬에 비해 티켓 가격이 저렴하고 마니아층이 두터워 혼자 공연을 즐기는 관객이 많았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르에 상관없이 1인 예매자와 2인 예매자의 비중이 비슷해 혼자서 공연을 보는 관람 행태가 해를 거듭할수록 보편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가치가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혼공족이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세분 시장을 선택하면 성과가 높지 않겠는가?

   
▲ 2016년-2018년 장르별 1인 관객 변화 추이. (자료=인터파크, 2019)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넷째 기준은 조직의 목표와 가용 자원이다. 어떤 세분 시장이 규모와 성장 가능성에서 매력적이라고 해도 조직의 목표와 가용 자원과 부합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조직의 장기적 목표와 다르다면 목표 시장으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 

조직의 목표와 부합되는 경우에도 세분 시장에 필요한 자원을 조직에서 감당하지 못할 경우에도 목표 시장이 되기 어렵다. 세분 시장의 규모가 크고 성장률이 빠르고 세분 시장의 구조적 매력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목표와 자원을 고려해 매력도를 평가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검토한 다음 혜택이 많다고 판단될 때 최종적으로 세분 시장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거나 자원이 부족하다면 그 시장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목표와 쓸 수 있는 예산이 적합하지 않는다면 다른 세분 시장을 선정해야 한다. 결국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가용 자원은 세분 시장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하겠다.   

결국, 세분 시장의 규모와 성장 가능성, 세분 시장의 구조적 매력도, 세분 시장의 정보수집 가능성, 조직의 목표와 가용 자원이라는 4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다음 문화예술 시장 세분화의 타당성을 평가하면 된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1차 조사'와 '2차 조사'로 구분되는 정보 수집이 있다. 1차 조사는 설문지 또는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정보이고, 2차 조사는 보고서나 언론보도를 바탕으로 종합한 중요한 정보이다. 경쟁사 정보의 수집 과정은 어떤 곳에서도 비슷한 경로를 거치기 때문에 고급 정보를 분석하는 판단력이 중요하다. 

경쟁 기관이나 단체의 정보는 문화예술 마케팅의 성공과 실패로 가르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역량으로 어떤 세분 시장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지 면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앱을 통해 이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도 고급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접근성을 높여야 시장 세분화에 성공하고, 문화예술 마케팅 활동에서도 더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