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임금 인상 등 근무 여건 개선 요구
노노갈등…GM 본사 글로벌 구조조정 '가속화'
[미디어펜=김상준 기자] 한국지엠의 파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지난 19~20일에 걸쳐 가결로 이끌어내면서 파업 준비에 착수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GM 본사는 글로벌 구조조정을 가속화 하며 상당수의 인원 감축을 진행한 상태다. GM 본사와 서로 엇박자를 내는 한국지엠의 현 상황이 어떻게 종료 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자동차 업계관계자 및 익명을 요구한 한국지엠 노조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찬반투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파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 노조가 실제로 전면파업을 곧 실행에 옮기기 위해 준비 중이다.

   
▲ 한국지엠 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효자로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산업은행의 한국지엠 보유 지분 매각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노조 내부에서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획득한 만큼, 임금 인상 등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노조 내부에서도 2019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임단협)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조 내부에서조차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서로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지엠이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한 신차 ‘트레일 블레이저’의 생산 및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레일 블레이저’는 GM의 차세대 전략차종으로 최근 인기가 상승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형태로 제작될 전망이다. 부평 1공장에서 연내 시범 생산에 들어갈 계획인 트레일 블레이저는 내수 판매뿐 아니라, 한국GM의 글로벌 수출 차종으로서 역할이 기대되는 모델이다.

현재 GM 미국 본사가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지엠이 어렵게 배정받은 신차를 제대로 생산해 내지 못하면 GM 본사의 구조조정의 칼끝이 한국지엠으로 향할 수 있기에 다수의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노조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파업 준비 과정은 일부 강성 노조원들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대부분의 직원은 오랜 기간 생산량 저하 및 수출 물량 감소 등으로 인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기력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지엠 전체 수출 물량의 약 60%는 SUV가 차지하기 때문에, ‘트레일 블레이저’의 안정적인 생산 및 수출 정상화는 앞으로 한국지엠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 사진=한국지엠


한국지엠 노조와 사측의 극한 대립 이면에는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에 대한 노조 측의 불신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노조 측은 임단협뿐 아니라 모든 협상 과정에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이번 임단협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반대로 한국지엠의 외국인 임원들도 노조 수뇌부를 믿지 못한다는 입장이며, 지난해 임원 감금 사태 등을 자행한 노조 수뇌부의 폭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상태다. 임원들은 실제로 임단협 교섭장 선정 문제를 두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며 장소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지엠 노사의 협상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힘겹게 배정받은 트레일 블레이저의 성공적인 생산 및 수출을 위해서라도 노사는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GM 본사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이미 상당수의 인원을 정리해고 했다”며 “한국지엠 역시 지속적인 파업 및 노사의 격한 대립이 지속된다면, GM 본사가 한국지엠을 ‘포기’해 버리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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