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행군속도를 가장 느린 대원이 결정하듯, 공장의 생산속도도 작업속도가 낮은 공정에 맞춰진다."
지난 1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 본사 A350동에서 만난 현장 관계자는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파트로 공장의 리소스를 집중 투입하는 까닭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2010년 조성된 A350동은 생산라인에 작업자 대신 무인대차들이 투입되는 '스마트팩토리'로, 에어버스의 350인승 민항기 모델의 주익에 들어가는 '립(rib)'을 월 10대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립은 항공기 날개 윗면과 아랫면을 연결하는 '갈비뼈' 같은 부품으로, 알루미늄·규소·망간 등의 합금인 두랄루민 소재로 제작된다.
현재 800대 분량의 계약을 수행하고 있으며, 수백대 규모의 추가계약을 노리고 있는 이곳의 기계가공파트 가동률은 90%에 달한다. 이는 5분마다 스케줄링이 이뤄지고 있는 덕분으로, 향후 인공지능(AI) 적용을 통해 이를 95%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KAI 관계자는 "전면·후면 깎기 작업을 마친 후 가장자리 다듬기, 비파괴검사, 3차원 측정 등을 거친다. 립의 가장자리를 다듬는 공정을 작업자가 진행할 경우 8시간이 소요되지만, 자동화 공정을 적용한 이후 40분으로 단축되는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면서 "에어버스에서도 놀라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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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 사천공장 A350 '립' 생산라인에 투입된 기계가 두랄루민 판에 구멍을 내고 있다./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
인근에 있는 최종 완제기 조립현장에선 내부 기둥이 없는 건물에서 한국형 기동헬기(KUH) 수리온, T50 고등훈련기, F15 주익 등을 생산하는 작업자들과 한국형전투기(KF-X) 생산을 위한 공간 등을 볼 수 있었다. KF-X는 4.5세대 전투기로, KAI는 2021년 4월 시제기 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이상동 부장에 따르면 이곳은 공정별 '스테이션'에서 10~15일간 조립을 하고 다음 스테이션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며, 전방에 센서가 달린 무인대차(AGV)들이 제품과 자재 등을 옮긴다. 실제로 AGV 앞에 서본 결과 잠시 멈췄으며, 기자가 옆으로 옮긴 뒤 다시 움직였다.
근처에 있는 격납고로 가보니 후면 날개에 불울 뿜는 용이 그려진 전투기를 볼 수 있었다. 태국으로 가는 제품이었다. 아프리카로 보내는 제품의 경우 사자그림(세네갈) 등 화려하게 채색된 반면, 국군의 경우 심플한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조립동에선 KUH·LAH·LCH, 아파치 헬기, F16 동체 등을 조립하고 있으며, 로봇드릴링시스템(RDS)을 활용해 T50 날개에 나사 구멍을 뚫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곳에서도 일부 생산라인을 KF-X로 변경하고 있으며, 안전을 강조하는 현수막과 전광판 등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또한 덧신을 신고 들어간 부품동 클린품에선 복합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모습이 관측됐다. 현장 관계자는 "얇은 탄소섬유를 100장 이상 붙이는 공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내부 온도·습도·먼지 농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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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 사천공장 조립동에서 로봇드릴링시스템(RDS)이 나사조립을 위한 구멍을 내고 있다./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
생산현장을 뒤로 하고 수출팀 관계자들을 만나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박상신 미주수출팀 팀장은 "미주지역의 경우 메르코수르(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 국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있지만, 금융지원을 원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말했다.
김재홍 아시아미주수출팀 팀장은 아르헨티나 수출건에 대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저가수주'가 아니었다"며 "페루의 경우에도 KAI 뿐만 아니라 전수조사가 이뤄졌고, 무혐의로 판명났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재구매율이 높고, 다른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면서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및 KAI 항공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덕분이지만, 정부간 사업이라는 특성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한국항공서비스주식회사(KAEMS) 건물과 연구개발(R&D)센터 등에서 △수송기 C130H 성능개량, MRO, F16 창정비 △LAH 특·장점 및 개발 취지 △KF-X 핵심성능 △무인기 및 발사체 개발 현황 △제품 개발 과정 △부품 국산화 현황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앞서 KAI는 항공우주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항공우주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군수와 민수의 균형있는 발전을 통해 항공우주산업 로드맵을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고용인원을 2017년 1만4000여명에서 2030년 17만명으로 늘리는 등의 계획이 포함됐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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