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시가총액 1년 새 11조 감소…주가 36% ↓
제철소서 4명 숨져…환경·안전에도 투자 시급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포스코가 8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의 실적을 달성했으나 마냥 웃지만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철광석 가격 인상 등 대외적인 영향으로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잇따른 사망 사고와 환경 문제는 ‘세이프티 위드 포스코’를 외치던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다짐을 무색케 하는 등 대내적으로도 풍랑을 맞고 있다. 현재 성과는 물론 미래 가능성을 모두 포괄하는 지표 중 하나인 주식 시가총액은 1년 새 11조원이나 감소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의 종합성적표인 포스코의 주식 시가총액은 1년 만에 11조 가량 쪼그라들었다. 

   
▲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 제공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포스코의 주가는 전날보다 0.24%(500원) 내린 20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8월 34만원대였던 포스코 주가가 1년 만에 36% 떨어진 것이다. 시가총액은 29조1639억원에서 17조8733억원로 축소됐다. 

신사업 진척 속도가 더딘 점이 투자 심리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최 회장이 수장으로 오른 것은 철강 이외에 미래 먹거리 발굴이 시급하다는 이사회의 판단이 컸다는 전언이다. 2차 전지 등 소재 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켐텍 사장을 맡던 최 회장은 신사업 추진 적임자 임무를 맡게된 셈이다.  

그는 올해 철강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부문 육성 경영방침으로 지난해 대비 3조4000억원 증가한 6조1000억원(예비비 1조원 포함)을 투자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하지만 올 상반기 투자 계획은 2조2000억원 규모였으나 1조원에 그쳤고 이마저도 공장 증설 등 기존 설비 개선에 쓰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케미칼 음·양극재 신공장 증설 등에 1조1000억원만 집행된 상태”라며 “내부적으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검증을 강화하면서 당초 금액보다 적은 금액이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장기가 아닌 성숙기에 접어든 철강산업은 새로운 성장축 확보가 시급하지만 전문경영인이란 지배구조가 신사업 추진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총이 감소한 것이 정치적인 외적 요인도 포함됐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는 오너 체제보다 임기가 제한되고 단시간 내 성과를 내야하는 구조다"며 "장기적인 호흡을 갖고 진행하는 신사업의 자원 배치 속도는 뒤처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 중국의 철강 공급 과잉 등 대외 요인도 포스코의 주가가 흔들리는 이유로 보인다.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 7월 5일 톤당 124.05달러를 돌파하며 약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1월 브라질 세계적인 광산업체인 발레(Vale)사의 광산 댐 붕괴와 호주의 사이클론 피해 여파다. 6월 기준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량은 댐 붕괴로 2월보다 23% 감소한 2219만톤을 기록했다. 호주의 광산업체 리오 틴토는 올해 1400톤의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원자재가 인상분을 제품에 전가하기 위해 수요처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조선, 자동차 등 대형 고객사들은 업황 부진을 이유로 저항이 크다. 
 
여기에 중국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의 절반 규모인 4억9200만톤의 철강을 생산하며 포스코의 가격 상승 여지를 붙들고 있다. 

올해 2분기 포스코는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지만 철광석 가격 인상으로 이익은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7.8%에서 8분기 만에 6%대인 6.5%로 줄었다. 같은 기간 주력 사업인 철강부문은 1조235억원에서 8048억원으로 21.4% 감소했다. 그나마 자회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호조 덕에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환경·안전에 대한 문제도 시총을 위축케 한다는 평이다. 

최 회장은 취임 이후 “안전은 그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며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으로서 ‘위드 포스코’를 만들어 가는 근간”이라고 외쳐왔으나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올해만 해도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4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조는 포스코의 안전경영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현재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거나 퇴직 후 질병으로 치료 중 혹은 사망한 지 3년이 안 된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업성 질환 제보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의 사례를 참고해 포스코를 상대로 업무상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장기 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의 이같은 환경·안전 문제에 투자자들은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23일 열린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코는 환경·안전 관련 투자 계획 질문을 연이어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 관계자는 “2021년까지 3년간 1조2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작업 환경 개선, 안전 시설물 보완 등 투자를 계획 중”이라며 “우리나라 환경 규제가 너무 타이트한 측면이 있지만 환경관련 법규에 맞춰 선제적으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과 조선 등 주력 산업 현장이 전반적으로 어두워 최근 시가총액 하락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닐 것으로 본다"며 "특정업종에 치우친 전문화된 기업인 만큼 임기 내 신사업 투자에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강 같은 자본집약적기업은 설비가 새로울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질적 개선에 집중·투자키로 한 중국 철강업계의 성장도 경계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