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노조 강경 투쟁에 로그 후속 수출물량 오리무중
한국지엠 노조 8천억원 적자에도 성과급 요구…손익분기 목표 차질 우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노동조합의 이익을 위해 툭하면 파업카드를 꺼내들던 자동차 업계에 구조조정의 파고가 닥쳐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국내시장과 해외시장 모두에서 수요가 둔화되며 판매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는 임금협상을 위해 파업을 강행하는 등의 행동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하락시키고 있다. 이에 노조의 무리한 파업이 결국 구조조정을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르노삼성 부산 공장 생산라인 / 사진=르노삼성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지난 2012년 이후 7년만에 직원 감원에 나선다. 부산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및 순환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이는 10월부터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량(UPH)을 기존 60대에서 45대로 변경하는데 따른 조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생산량을 25% 줄인다는 것인데, 이 경우 현재 부산공장 생산직 1800명의 25%인 약 450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닛산 로그의 미국 수출물량 위탁생산 계약 기간이 만료되지만 이를 대체할 물량이 없다보니 인원감축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임금단체협약을 놓고 노조의 강경 투쟁이 이어지면서 르노 본사와 닛산 로그의 물량대체 협상이 차질을 빚고 있다. 

로그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XM3 역시 내년 1월 국내 출시 예정이지만 수출물량 확정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연 5만~8만대 규모의 수출물량을 확보하면 로그 생산만료에 따른 생산차질을 바로 회복할 수 있지만 노사간 갈등 장기화로 본사와의 협상이 안갯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 소식에 강력 투쟁으로 대응할 방침을 선언했다. 노사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르노 본사와의 XM3 수출물량 확보도 우려되고 있다.

완성차 내수판매 꼴찌로 추락한 한국지엠은 제너럴모터스(GM)발 구조조정이 강하게 몰아치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상시 희망퇴직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창원공장 근무제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년간 4조원 가량의 적자가 쌓인 한국지엠은 지난해 군산공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 바 있다. 직원들만 희생양을 삼고 있다는 비판에 GM은 외국인 임원을 1년새 36명에서 18명으로 줄였다. 한국인 임원들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적자규모는 8000억원 규모였으나 희망퇴직비용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2000억원 수준으로 줄며 생존을 위한 숨통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지엠은 올해 손익분기점 달성에 매진하고 내년부터 흑자 구조로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반기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신차 판매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가 8000억원 적자를 냈음에도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수조원의 적자 상황에서도 성과급을 꾸준히 챙겨오다 결국 지난해 쌓이는 적자에 회사가 침몰했던 뼈저린 경험을 겪고서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측은 비용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하반기 신차 판매에 집중해 올해 손익분기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단체행동 일변도인 노조로 인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급기야 카허 카젬 사장은 지난 13일 팀장 및 임원, 직공장 등 현장 관리자를 대상으로 긴급 경영현황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카젬 사장은 "올해 회사가 투자, 고용, 신차생산준비, 신차 출시 등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성과가 나올 때까지 이제는 전 임직원이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업무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올해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하면 그 화살은 인력 감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강경투쟁이 오히려 구조조정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중국발 판매부진의 여파로 지난해 실적이 하향세를 보이면서 임원을 중심으로 한 인력 조정이 상시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는 임원수가 2018년 말 기준 265명이었는데 이는 2015년말 293명보다 대략 10%(28명) 줄어들었다. 기아차는 더 감소했다. 2018년말 154명으로 2015년(182명)과 비교해 약 15%(28명) 감축됐다.  

현대차는 올해 이사대우, 이사, 상무 단계를 상무로 통합하고 연중 수시인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그룹의 실질적인 지휘봉을 잡으면서 신임 임원에 젊은피를 대거 수혈했다. 임원의 세대교체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때에도, 최악의 실적을 냈던 지난해에도 파업을 이어가며 자기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적 악화를 경영진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노조의 요구를 단체행동을 통해 관철해 왔다.  

다만 올해는 8년만에 무분규 타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의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여론의 눈치를 살핀 결과로 보여 그나마 의미있는 결단으로 평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수요 둔화와 함께 중국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며 "앞으로 미래 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인력 감축을 동반할 수 있어 자동차 산업은 질적·양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