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생산시설 두 곳을 공격하면서 국제유가가 폭등,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장 대비 15% 이상 오른 배럴당 63.34달러, 싱가포르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의 경우 장 초반 19.5% 상승한 71.95달러로 거래가 시작됐다. 이는 1991년 이후 최고 수준의 일간 상승률이다.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 원유 처리설비는 일일 최대 700만배럴의 석유를 뽑아내며, 쿠라이스 유전의 일일 생산량도 150만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에 따라 사우디 원유생산량이 570만배럴 가량 조정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국내 수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국내 업체들이 미국·유럽 등의 지역에서 수입선 다변화를 진행하면서 사우디산 비중이 낮아졌으며, 생산 감축량이 전 세계 원유 산유량의 5%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원유 중 사우디산의 비중은 30% 정도였으나, 올 8월 기준으로는 28.3%로 감소했다.
다만 원가상승으로 4분기 실적에는 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재고평가이익이 늘어나 단기 실적은 개선될 수 있으나, 제품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정제마진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정제마진이 3달러선에서 형성됐던 올 2분기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 정유사들의 실적이 나빠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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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이달 초 정제마진은 배럴당 5.4달러 수준으로 국내 업체들의 손익분기점(4.5달러 수준) 보다 1달러 가량 높지만 미중 경제전쟁 및 글로벌 경기둔화 등의 리스크와 맞물리면 하락할 공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4분기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및 난방유 수요 증가 등의 '안전망'이 있어 정제마진이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 가운데 미국이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를 향한 공격을 근거로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의 SPR은 약 6억5000만배럴로, 570만배럴의 110배가 넘는다. 사우디가 몇 주 후에 생산량을 원상복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하겠지만, 추가적인 공격이 이뤄지거나 미국의 방출량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원유 수급을 둘러싼 우려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격은 드론 10기에 의한 것으로, 뉴욕타임즈(NYT)는 이와 관련해 "대당 1만5000달러(약 1800만원)에 불과한 무기로 지난해 글로벌 방위비 지출 3위인 사우디에 피해를 줬다"고 보도했다.
후티 반군이 탄도미사일을 갖고 있다는 관측 뿐만 아니라 이란이 배후설을 일축하면서도 "이란 인근 2000km이내의 미군 기지·항공모함이 사정권 내에 있으며, 이란든 언제든 전면전을 벌일 준비가 됐다"고 위협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대신 석유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것같다"며 "실제로 충돌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상시적인 위기감이 조성된다면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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