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준대형 통해 세단 시장 새바람
현대·기아차 주력 차종 세단 부활 위해 총력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큰 볼륨을 차지했던 세단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며 시장의 변화를 예고 했다. 

현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재편되며 주춤했던 세단시장에 어벤져스급 신차 4종이 출격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동이 예상 되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세단시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사진=미디어펜


지난 19일 더 뉴 그랜저 출시행사에서 장재훈 현대자동차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은 그랜저에 대한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전하며 "더 뉴 그랜저 사전계약 고객의 34%가 SUV 등 비(非)세단 차량 보유자였다. 더 뉴 그랜저가 세단의 부활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말했다.

SUV의 높은 인기로 세단이 자동차 시장의 주류 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경쟁력 있는 모델을 내놓을 경우 다시 과거의 위상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SUV는 세단의 지위를 빠른 속도로 잠식해 왔다. 국내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는 현대차의 경우 5년 전인 2014년 전체 내수 판매에서 SUV의 상위개념인 레저용차량(RV)이 차지하는 비중이 19.4%에서 올해 1~10월 31.9%까지 급등했다.

기아차 역시 2014년 31.7% 주순이었던 RV점유율이 올해 10개월간 42.6%까지 올랐다. 두 회사 모두 5년간 10%포인트 이상씩 증가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그동안 SUV의 주력이었던 싼타페, 쏘렌토, 투싼, 스포티지 등 중형 및 준중형 라인업에 더해 베뉴, 스토닉, 니로, 코나, 셀토스 등 소형 SUV가 가세하면서 막강한 라인업을 형성했다. 여기에 팰리세이드, 모하비 등 대형 SUV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같은 기간 RV점유율이 33.9%에서 56.9%로 급등하며 회사의 주력이 세단에서 RV로 이동했다. 'SM시리즈'로 대변되던 르노삼성의 주력 라인업이 QM6를 필두로 한 QM 라인업으로 중심 이동한 결과다.

여기에 내년 크로스오버(CUV) SUV XM3까지 추가될 경우 RV 비중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5년 전 25.5%였던 RV 점유율이 올해 10개월간 20.0%로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 RV 라인업이 추가됐고 내년 트레일블레이저를 비롯해 향후 서버선, 실버라도 등 계속해서 RV 차종이 출시될 예정이다. 한국지엠의 주력도 RV로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DN8), /사진=미디어펜


쌍용자동차는 몇년전부터 플래그십세단 체어맨을 단종 시키고 SUV전문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쌍용차는 100% SUV 라인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SUV가 득세하며 세단 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소형 세단은 르노삼성이 르노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클리오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멸하다시피 했다. 

과거 치열한 격전지였던 준중형 세단 역시 한국지엠 크루즈의 단종으로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K3, 르노삼성의 SM3 세종이 남아 있지만 사실상 아벤떼와 K3로 양분돼 있는 게 현실이고 이마저도 꾸준히 줄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현대·기아차가 세단의 중심축인 중형과 준대형 시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세단의 반격이 본격화 되고 있다. 

포문은 현대차의 '국민 중형차' 쏘나타 6세대 모델이 열었다. 

신형 쏘나타(DN8)는 '센슈어스 스포트니스'를 콘셉트로 한 스포티한 외형에 크롬 재질 장식이 시동을 걸면 주간주행등으로 바뀌는 '히든라이팅 램프' 등 신선한 디자인 요소들을 반영하며 젊은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신형 쏘나타는 지난 4월 출시 출시 이후 월평균 9000대 이상 판매되는 등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7월에는 기아차의 준대형 세단 K7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K7 프리미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 기아자동차 K7 프리미어 /사진=미디어펜


신차급 디자인 변경을 가하며 더 세련된 외모를 갖춘 K7 프리미어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판매가 본격화된 7월 이후 넉달간 2만7828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월평균 7000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페이스리프트 이전 2000여대에서 3배 가량 뛰어올랐다. 더욱이 이는 K7 생산라인의 풀 케파(생산능력)로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타자는 현대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파격적인 외장 디자인과 럭셔리한 내장 디자인, 최첨단 안전·편의사양으로 무장한 더 뉴 그랜저는 사전계약 첫날인 지난 4일 1만7294대의 계약대수로 국내 자동차 사상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더 뉴 그랜저는 출시 직전인 18일까지 영업일 기준 11일 만에 3만2179대를 달성했다.

내달 12일 출격을 앞두고 있는 기아차의 중형 세단 K5 역시 범상치 않은 외모로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포츠카를 빼닮은 날렵한 디자인으로 젊은층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실물이 공개된 이후 극찬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미 주요 포털사이트 자동차 검색어 순위에서 그랜저와 1위를 다투고 있다.

더 뉴 그랜저와 K7 프리미어, 신형 쏘나타와 신형 K5는 형제 회사인 현대·기아차의 동급 차종으로 플랫폼을 포함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집안싸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점에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차종이 동시 출시될 경우 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가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위축됐던 세단시장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 기아자동차 신형 K5. /사진=미디어펜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형과 준대형 차급에서 신차가 비슷한 시점에 나오게 됐지만 각각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차종이기 때문에 제로섬 싸움보다는 시장의 규모를 키울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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