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석유화학·철강·선박·자동차 수출 증가 기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중동 불안이 국제유가와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에서 10% 상승할 경우 단가 상승과 산유국 재정개선 및 해양플랜트 수주·인도 확대 등에 힘입어 수출이 3.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5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업종별로는 석유제품, 석유화학, 철강제품, 선박, 자동차 등에서 유가 상승시 단가 상승 등에 힘입어 수출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13대 수출품목 중 10개 품목(수출비중 52.2%)에서 유가-수출간 정(+)의 상관관계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수출에 대한 유가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늘어난 데 기인한 것으로, 석유화학·석유제품의 수출 비중이 2000년 10.9%에서 2018년 16.0%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수출시장도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산유국 등 신흥국 수출이 50% 이상으로 늘어났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과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 및 중동 긴장 등에 따라 1월 들어 배럴당 70달러 가까이 높아졌으나, 미국이 군사적 대응 대신 추가 경제제재 강화를 발표하면서 완화됐다.

   
▲ 미국 오클라호마 내 SK이노베이션 석유 시추 설비/사진=SK이노베이션


그러나 미국과 이란간 새로운 핵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고 전 세계 원유해상 수송량의 3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군사적 대치 상황까지 간다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중동발 리스크 고조로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 및 해외수요 둔화로 수출 감소가 우려되며, 유가가 10% 인상될 경우 수입은 원유 수입단가 상승으로 3.3% 증가해 무역수지도 악화되는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및 국내 소비여력 축소로 수입에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원유수입국인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의 에너지 비용 증가 및 소비자의 휘발유 비용부담 상승 등으로 세계경기 둔화도 우려된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동 불안에 따른 실물경제 동향 및 수출기업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국제유가 급등시 채산성 악화와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므로 수출시장·원유 수입선 다변화 및 에너지 신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2018년 5월 핵합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 탈퇴 후 대이란 제재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5월에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유예 조치를 종료함에 따라 한국-이란 간 원화결제 시스템이 동결되면서 이란으로의 교역 및 해외진출에 큰 타격을 미쳤다. 2019년 1~11월 우리나라의 대이란 수출과 수입은 전년 대비 각각 88.6%, 47.8%씩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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