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폭락·국제유가 급락등 겹악재
손실 가능 공지 1077개 1조5000억 초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세계증시 폭락과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의 다수가 ‘원금손실’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16개 주요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원금손실 가능성을 사전 공지한 ELS·DLS는 무려 1077개로 집계됐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원금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ELS와 DLS가 총 1077개를 기록해 그 규모가 1조 5000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에 직접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물론 주가지수 연계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투자자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 사진=연합뉴스


원금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상품들의 구체적인 현황을 보면 DLS가 574개, 잔액은 약 8847억원이며 ELS는 503개, 잔액은 약 62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상품의 설계 구조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 기준 가격보다 35~50%가량 하락하면 원금손실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들이다.

단순히 주가지수만 폭락한 게 아니라 국제 유가가 폭락한 여파로 원금손실 구간에 들어가게 된 ELS·DLS들이 크게 늘어났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나 브렌트유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원유 DLS의 경우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WTI가 약 65.9%, 브렌트유가 약 63.8% 폭락하면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지난 2월 기준 잔액은 9140억원이고 원유 DLS의 대부분은 기초자산에 WTI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원유 DLS 중에서 90% 이상은 이미 원금손실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예측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ELS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한 상품 대부분이 유럽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EuroStoxx)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상태다. 최근 유럽지역의 확진자 수가 중국을 넘어설 정도로 심각하져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34.1%나 폭락했다. 이로써 관련 ELS 역시 줄줄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 잔액은 지난 2월 기준 41조 5664억원이다. 이는 전체 ELS 잔액 48조 6296억원의 약 85% 비중이다.

이미 대다수의 상품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가운데 향후 유가와 증시 폭락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주가의 경우 유럽뿐 아니라 미국, 일본, 한국이 전부 폭락장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ELS들의 원금손실 가능성도 매우 높아져 있다.

이 가운데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주식 직접투자에 매진하고 있어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저점’이 어디인지 모르는 상태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사기에 몰입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주식의 추가 폭락이 이어질 경우 ELS‧DLS 투자자를 포함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숫자가 막대하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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