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10년간 10차례 인상…주택용과 대조
전력산업기반기금, 5조원 돌파…"3.7% 유지해야 되나"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수출 플러스 전환'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산업계가 '전기요금' 인하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는 코로나19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으나 미국·유럽지역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번달부터 본격적으로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우리 수출기업이 당면한 유동성 부족 및 마케팅·물류·입국제한 등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우리 수출 기반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역금융 추가 공급 및 수출채권 조기현금화 지원 등을 언급했으나, 업계가 지속적으로 호소해온 전기요금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2002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은 10차례 인상된 반면, 주택용은 인하되면서 요금이 역전된 상태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이 원가 등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들의 부담만 가중시켜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용은 주택용 보다 고압의 전류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송·배전에 드는 비용이 적고, 해외에서도 수출 촉진 등의 이유로 정책적인 배려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8년 기준 MWh당 100.3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다 6달러 가량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 포항제철소 제강공장에서 '래들'에 담긴 쇳물이 전로에 담기고 있다. /사진=포스코


그러나 삼성전자와 현대제철이 매년 1조원 이상, 포스코와 동국제강도 각각 4000억원, 2500억원 규모로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등 원가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플러스 전환'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일본을 비롯한 경쟁국이 제로금리를 실시하는 등 화폐가치 하락을 통해 수출경쟁력 재고를 모색하는 국면인 만큼 국내 업체들에게도 이에 맞설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전력 산업의 기반 조성 및 지속적 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전력산업기반기금 역시 감면 가능한 부분으로 꼽힌다. 이는 매달 국민과 기업이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추가로 거둬 기금으로 적립하는 것으로, 지난해까지 누적 5조원 정도가 쌓여 있다.

업계는 국내 전기요금이 OECD에서 17위 수준이지만 △에너지·원자재 수입에 드는 비용 △최저임금 급등 △경쟁국 대비 높은 수준의 환경규제를 비롯한 요소들로 인해 원가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비율을 낮추는 등 제도적 지원이 가능한 부분은 시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탄소배출권을 비롯한 규제 강화로 관련 설비 투자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업체 등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이 기금을 한전공대 설립 및 운영에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수립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산업부가 이 대학에 투입할 계획인 8000억원은 지난해 업계가 납부한 액수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중고'가 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 사안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점"이라며 "사실상 세금과 같은 자금을 국회의 동의 없이 정부가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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