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지난해 7000억원 지불…전기요금 인상 요인
제품가격에 원가 부담 반영…수출경쟁력 하락 우려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이 6년차를 맞고 있다. 그동안 투기 관행 등으로 거래가격이 급등해 관련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제도의 실효성 문제까지 지적되며 구조 혁신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산업계는 내년 탄소배출권 거래제 3차 계획 시행을 앞두고 전략 짜기에 분주하다. 유상할당 확대, 파생상품 도입 등 시장을 둘러싼 변수는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뉴딜 정책' 재원을 위해 탄소 감축 대상 기업들을 더욱 옥죄일 것이라는 우려도 다온다. 미디어펜은 '탄소거래 5년' 시리즈를 통해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산업경쟁력 확보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탄소배출권이 이를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권과 관련해 7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했으며,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 가량 더 많은 부담을 끌어안았다. 올 1분기 배출권 가격이 톤당 3만원대 후반으로 형성되는 등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 시작되는 '3차 계획기간'에는 무상할당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철강·자동차·차부품·일반기계 등의 제품 가격 상승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수출 전선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사진=연합뉴스


업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간 수준의 산업용 전기요금으로도 수출이 쉽지 않은데 한전이 '지속가능한 전기요금 체계 마련'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등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경영환경을 힘들게 만드는 요소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로 유턴시키는 리쇼어링과 글로벌 기업 유치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배출권 비용 자체도 제품가격을 높여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무상할당량 이월분 등으로 비용부담을 덜었던 기업들도 여유분이 떨어지는 순간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 매출 상위 600대 기업을 상대로 '환경규제 기업인식'을 조사한 결과 60.2%가 생산비용 및 제품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했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이 중에서 배출권거래법을 비롯한 대기관련 규제(38.6%)가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및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제치고 '가장 부담스러운 환경규제'로 꼽혔으며, 규제강도가 기업의 이행능력을 넘어선다고 토로한 곳도 절반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82.7%는 20대 국회의 환경규제가 19대보다 강해졌다고 응답했으며, 72.9%가 21대 국회 들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 것으로 염려된다. 이들은 규제기준이 강화되고 규제대상과 범위가 확대될 뿐더러 행정 제재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은 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으로 △법률 제·개정시 실질적인 업계 의견 반영 △이행능력 및 기업현실을 고려한 규제기준 설정 △신설규제 도입시 충분한 적응기간 부여 등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현장과 소통하겠다는 발언을 여러차례 쏟아냈지만 실제 성과로 나타났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면서 "이같은 국면에서는 투자를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도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