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들어간 지 5년 2개월 만에 졸업…성공적이고 모범적 기업 회생 사례
'단군이래 최대 재개발' 한남 3구역 수주 성공하며 '강남=디에이치 시대' 목전
건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경제의 기둥이다. 건설업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궤를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마다의 성공 DNA장착한 국내 건설사들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본보에서는 건설 성공 DNA를 일깨운 주요 현장 및 사사(社史), 오너 일가 등의 스토리를 재조명해 시리즈로 소개한다.<편집자주>

[건설사 성공DNA②-현대건설(2)]워크아웃 딛고…주거 명품 시대 리드

[미디어펜=홍샛별 기자]현대건설은 사업적 욕심이 남달랐던 故 정주영 회장이 토건업계에 대한 열망을 품으면서 1947년 5월 첫 발을 뗐다. 창립 20여년도 채 되지 않은 1965년 태국으로 진출해 거듭된 실패 속에서도 꿋꿋이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듬해인 1966년 세 번의 도전 끝에 총 공사비 522만달러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따내는 데 성공, 국내 최초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건설사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중대형 고급아파트를 선보이며 주거 명품 시대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단군이래 최대 재개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한남3구역의 시공권을 거머쥐며 한강변 랜드마크 조성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국내 최초 단지형 아파트를 시작으로 ‘강남=디에이치’ 시대 눈앞

본격적인 아파트 주거의 시대가 열린 이후 ‘현대’는 아파트의 대명사로 통용될 정도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시장에서의 높은 신뢰도를 자랑했다. 

현대건설은 1947년 창립 이후 현대아파트 1기를 통해 국내최초 단지형 아파트를 시작으로 1980~2000년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중대형 고급아파트를 선보였다. 2000~2006년에는 가족중심 아파트를 주도한 현대 홈타운을 런칭하며 대한민국 주거명품 시대를 이끌었다.

지난 2004년에는 본격적으로 브랜딩 작업에 착수했다. 2년여에 걸쳐 수없이 많은 브랜드네임과 시안을 검토한 끝에 지난 2006년 한강과 서울숲을 연계한 친환경·첨단 아파트 ‘서울숲 힐스테이트’로 최초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후 힐스테이트는 ‘THE PROUD 대한민국 100대 상품’에서 탁월한 우월성과 대표성으로 세계적 명품 수준에 올라선 상품에 주어지는 ‘대한민국 명품’ 부문에 7년 연속 선정됐다.

특히 현대건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일반 아파트 브랜드 경쟁시장 속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난 2015년 4월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를 런칭하기도 했다. 디에이치는 VVIP들에게 일반 브랜드 아파트가 제공하지 못하는 주거문화 가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 디에이치 아너힐즈 전경/사진=현대건설


지난 2016년 강남 최초 빌라형 테라스와 최대 커뮤니티 공간 등을 제공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즈’를 시작으로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맨션 3차)에는 강남 최초 비정형(유선형) 외관과 문주를 적용했으며, ‘방배 5구역’에는 강남 최초 인도어 트랙을, ‘디에이치 자이 개포’에는 국내 건설사 최초로 자체 개발한 빌트인 음성인식시스템을 적용한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디에이치 상품이 모여진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와 삼성동 GBC(글로벌 비즈니스센터)가 준공되는 시점인 2023년 이후에는 ‘강남=디에이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와 워크아웃의 극복 

IMF 외환위기의 전조가 우리나라 경제 곳곳에 암울한 기운을 드리우던 1997년에도 현대건설은 해외와 국내 시장에서 두루 좋은 실적을 기록하는 등 비교적 순항을 거듭했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 유동성의 압박이었다.

2000년은 현대건설 창립 이래 최악의 해였다. 매출액 면에서는 전년 대비 11%가 증가하였지만 동시에 막대한 자금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2001년 3월, 채권단의 경영 정상화 방안이 결정된다. 이로써 IMF 외환위기 이후 3년 넘게 지속된 유동성 위기는 벗어났지만 혹독한 구조조정과 기업체질 개선을 예고됐다. 현대건설은 같은 해 8월 1일 기해 채권단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이듬해 현대건설은 조직의 전문성 강화를 최우선의 목표로 두고 인사 및 교육제도를 정비했다. 기술직 사원들의 직급체계와 승진제도를 정비했으며, 경력관리 시스템을 통해 전문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또 총 30과목에 달하는 직무 교재를 새롭게 발간하는 등 다각적인 시스템들을 적시에 구축하여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3년 만에 빠르게 경영을 정상화했다. 이 밖에 모범적인 회생절차 이행과 경영 정상화 노력 끝에 2006년 5월 25일 창립 59주년 기념일,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독자경영을 실현하게 됨을 알렸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5년 2개월 만의 일이었다. 현대건설은 당초 예정보다 6개월을 단축한 워크아웃 졸업으로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기업 회생 사례로 꼽히며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위기극복 이후 현대건설은 미래성장 사업기반 확보·글로벌 사업역량 강화·위기관리 대응체계 구축 등 세부적인 실천 과제를 수립해 추진해 갔다. 2015~2016년에는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는 기록을 세우며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업계 최고 수준의 탄탄한 재무구조를 만들었다. 
 
2019년 한 해 동안 현대건설은 총 10건의 재개발·재건축 현장들을 수주하여 국내 건설업체 중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위를 달성했다. 이는 탁월한 전문성․뛰어난 기술력․풍부한 자금력․브랜드 인지도 등을 바탕으로 각 사업지에 맞춤 수주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워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은 결과였다.

현대건설은 핵심 기술력 확대·글로벌 조직체계 구축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해외시장 다변화와 신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스마트 기술경영’을 내세워 미래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으며 건설현장에 스마트건설 기술 도입으로 ‘안전·품질·공정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빅데이터, BIM, 프리패브/모듈화 등 기존에 개발된 23개 건설기술을 통합적용 중이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술은 시공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특히 설계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으며, 시공 중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가 탁월하고, 운영 중에는 설비 교환 시기를 알려주거나 에너지 소비량이나 단열 성능을 높여 관리를 쉽게 돕는다.

현대건설은 이 BIM 기술을 통해 316개의 원형판이 뒤섞인 ‘카타르 국립박물관’이나 2만여 개의 비정형 아노다이징 외장 패널이 적용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LH신사옥 등 고난도의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크게 절감했다. 

   
▲ 현대건설이 BIM 기술을 적용해 지은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사진=현대건설


더불어 각 사업본부별 스마트 건설 전담팀 신설 및 전문 인력 배치로 건설수행 역량 내재화 및 세부 현장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에도 현대건설은 ‘2020 Great Company 현대건설’의 경영방침을 이어가며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으로 안정적 실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경쟁력 제고, 선진 기업문화 구축, ‘준법·기술경영’으로 핵심 경쟁력을 갖추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부가가치를 우선시 하는 기업 문화를 구축해 진정한 건설 명가(名家)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봐, 해봤어?’ 서해안 지도 바꾼 대역사, 서산간척사업

현대건설이 서산간척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중동 건설붐이 절정에 이른 1977년 무렵이었다. 가장 선두에 나선 사람은 故정 주영 회장이었다. 정주영 회장이 기업의 이익과 거리가 먼 간척사업에 온 신경을 집중한 이유는 명확하고 간단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땅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이고, 간척(干拓)은 땅을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서산간척사업이 성공하면 여의도의 서른 배, 남한 면적의 1%에 달하는 국토가 새롭게 생겨나는 셈이었다.

간척사업 막바지 단계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물살이 너무 빨라 방조제 물막이공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정주영 회장은 일단 대형 유조선으로 물 흐름을 막아놓고 현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흙이나 버력으로 물을 막는 독특한 방법을 제안했다. 

   
▲ 현대건설은 서산간척사업을 통해 약 1만1580ha에 달하는 농경지를 확보했다./사진=현대건설
검토 끝에 공사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성 또한 충분한 것으로 판명되자 현대건설은 해체 후 고철로 사용하기 위해 울산에 정박시켜 놓고 있던 22만 6000t급의 유조선을 공사에 이용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당초 계획대로 유조선으로 물 흐름을 막은 후 13일 동안 흙과 버력을 쏟아부어 총 6.5km에 이르는 방조제를 완벽하게 축조했다. 

훗날 ‘유조선 공법’ 혹은 ‘정주영 공법’으로 불리게 된 이 공법을 통해 현대건설은 280억 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절감했을 뿐 아니라, 공사기간도 무려 36개월이나 단축했다. 

이 사실은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으며, 영국 템스강 하류의 방조제 공사를 맡은 건설사로부터 자문을 요청 받기도 했다. 당장의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사업에 민간기업이 이만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국토 확장에 대한 확고한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산간척사업을 통해 확보된 농경지는 약 1만 1580ha에 이르며 현대서산농장은 영농사업을 통해 매년 4만 7780t(약 33만 6300만 섬)이상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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