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견희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균주를 둘러싼 분쟁이 극에 달했다. 지난 5년간 서로 생채기를 내며 다툼을 벌인 결과,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제품을 철수할 위기에 처했고 메디톡스는 국내에서 제품에 대한 품목취소 행정 처분을 받는 등 상황이 퍽 나빠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 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기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 대해 10년간 수입금지 예비판결을 내렸다. 이는 FDA 승인을 받은지 불과 1년 5개월만이다. 

메디톡스는 무허가 원액을 사용한 혐의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취소 처분을 받았다. 공익 신고로 시작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제보자가 경쟁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는 뒷말이 업계 내에서 돌 만큼 분쟁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미국 시장은 아직까지 진출 전이다. 메디톡스는 2013년 액상형 보톡스 '이노톡스'를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는 앨러간에 수출했으며, 현재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목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5월 앨러간이 항체의약품 전문 제약사 애브비에 인수되면서 사업 방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부담이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메디톡스의 미국 진출이 우려스럽다. 국내 기업 분쟁에서 최종 승자는 앨러간이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 예시로 최고경영자 교체 이후 사업계획이 변경된 사노피가 한미약품으로부터 수입한 기술을 반환한 예를 든다.

   
▲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사진=메디톡스

결국 노다지 사업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두고 두 회사 모두 위태로워졌다. 메디톡스는 국내에서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신뢰를 잃었다. 그동안 들여온 소송비용과 매출 타격 등 양사 사정을 고려했을 때 승자가 없는 게임이 된 셈이다. 

이처럼 힘든 길을 걷게 된 본질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허술한 국내 등록제도에 있었다. 비교적 간단한 신고 절차로 이뤄지는 균주 등록제도에 너도나도 보툴리눔 톡신 제제 개발사가 됐다. 보툴리눔 톡신 글로벌 개발사가 3곳인데 비해 국내가 8곳인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사달이 난 이후에서야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지난달 4일부터 국내 보툴리눔 균주 등록제도를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했다. 앞으로는 규제 기관에 신고만 거치면 되는 게 아닌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조치를 취했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약 7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미용 목적을 제외한 시장이라도 절반 이상인 3조8000억원이다. 그만큼 앞으로도 유망한 산업임에 틀림없다. 

보툴리눔 톡신 균은 1g만으로도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는 맹독성물질인 만큼 규제 당국이 나서서 투명하고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진작부터 꼼꼼히 관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만약에 그랬다면 보톡스 비극은 없었을까. 철저한 등록제도 관리만이 기업의 윤리의식을 제고하고 더 나아가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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