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7기 추가 건설에 '그린라이트'가 켜졌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맥스터 증설에 대한 찬반조사를 실시한 결과(3차 설문조사 기준) 찬성률이 81.4%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반대는 11.0%에 불과했다.
위원회는 이날 경북 경주 감포읍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월성 주변지역 주민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했으나, 환경단체를 비롯해 맥스터 증설에 반대하는 인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위원회 관계자의 마이크를 뺏은 데 이어 '불을 지르겠다'며 거센 항의를 하는 통에 소방관들이 출동하는 등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도 끊는 바람에 발표를 육성으로 진행한 것도 언급됐다.
위원회는 조사대상이 월성 원전 반경 15km에 위치한 양남·양북·감포읍 주민 99명 및 경주시민 46명 등 총 145명이었으며, 시민참여단을 거주지역(원전 5km 이내 소재 3개 읍면 또는 경주시내), 연령, 성별, 직업, 학력, 소득수준 등으로 구분하더라도 모든 영역에서 찬성이 65%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정치성향을 보수적·중도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는 맥스터 증설에 찬성한 비율이 각각 88.5%·80.6%였던 반면, 진보성향의 경우 69.2%에 머물렀다. 2차에서 80.8%까지 높아졌다가 최종 설문에서 10%포인트 이상 감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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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추가 건설 설문조사 결과/자료=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
찬성률은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 이후 3주간의 숙의학습을 거치면서 58.6%에서 81.4%로 점차 높아졌다. 반대 비율 역시 소폭 증가했으며, '모르겠다'는 비율은 33.1%에서 7.6%로 급감했다. 이 중 1차 설문에서 모르겠다고 응답한 48명 중 35명이 3차 설문에서 찬성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자력발전 관련 배경지식 및 맥스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원전 연료 관련 문항 정답률은 60.7%에서 84.8%, 임시저장방식 관련 문항 정답률은 45.5%에서 86.9%까지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문가 발표 및 질의응답이 도움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90%를 넘겼으며, 대부분의 시민참여단(91%)이 이번 공론화 과정을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위원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정리한 뒤 산업통상자원부에 관련 권고문을 전달할 예정이며, 산업부가 증설 결정을 내리면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주시에 맥스터 증설에 대한 신고를 하게 된다.
업계는 이번 공론화 결과가 월성 원전 2~4호기 운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은 사용후핵연료가 동반되지 않으면 가동을 멈춰야 하는데, 맥스터 건설에 19개월 가량 소요된다는 점에서 다음달에는 착공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기준 맥스터를 포함한 건식저장시설에는 32만2200만다발(97.6%)의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됐으며, 2022년 3월경에는 포화가 예상되지만, 산업부가 '도장'을 찍으면 16만8000다발을 추가할 수 있게 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규로 조성될 맥스터는 2013년 설계가 시작된 것으로, 내진성능을 0.2g에서 0.3g 이상으로 향상시키는 등 성능을 강화했다"면서 "조기에 착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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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모습./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전운영본부 |
이번 공론화 결과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병령 원자핵공학 박사는 "이번 정부는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와 무관하게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에너지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며 "원전산업 종사자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과 원전에 대한 오해 등이 겹쳐 원전을 짓지 않는 것이 국가에 좋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박사는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공론화의 대상으로 선정될 이유가 없던 맥스터 증설을 지금까지 끈 것도 문제 한수원과 산업부가 맥스터를 짓기로 한게 2014년이고 2016년에 인허가를 신청했는데 이제서야 공론화를 추진하는 등 원전산업을 억누르기 위해 용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신고리 5·6호기 때도 그렇고 이번 맥스터와 관련해서도 국민들이 원자력에 대해 알면 알수록 지지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이 희망적"이라며 "어느 정도는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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