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여권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을 금지하기 위해 행보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해온 신남방정책 및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를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국회에서 한국전력공사·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무역보험봉사 등의 해외 석탄발전사업 참여 금지를 포함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말 김성환·우원식·민형배·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 4법'을 각각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들 법안이 시행될 경우 한전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좌초될 뿐더러 기존 계약에 대한 파이낸싱 중단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베트남·방글라데시·필리핀 등이 세계 10대 석탄화력발전소 개발국에 이름을 올리는 등 동남아 에너지정책의 중추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변심'이 이들에게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위시한 동남아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원전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등을 주요 발전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최근 300만가구가 정전위기에 직면하는 등 간헐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올 3월 기준 액화천연가스(LNG)를 제외한 석탄화력발전의 비중만 33%에 달하는 등 의존도가 높은데 우리보다 경제사정이 열악한 동남아 국가들에게 재생에너지를 늘리라고 종용하는 것이 '파트너'의 도리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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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베트남 빈투안성에서 열린 '빈탄4' 화력발전소 준공식./사진=두산중공업 |
3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은 두산중공업의 어려움도 가중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몇 년간 이 지역에서 빈탄4·응이손2·팔루3 발전소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주의 절반 이상을 석탄화력으로 채웠으며, 연평균 매출도 30~40%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가뜩이나 탈원전을 골자로 하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10조원 규모의 수주 손실이 점쳐지고 있는데 탈석탄까지 중첩된다면 포트폴리오 전환이 빛을 발할때까지 생존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두산중공업 역시 예측하기 힘든 속도로 정책이 바뀐 데 따른 고초를 토로하고 있으며, 파리기후협약 등 해외에서 진행되던 시장 변화에 대비해 육성 중인 가스터빈·풍력·에너지저장시스템(ESS)·수소 등의 분야도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내외 환경단체 및 외국 정부·금융기관들이 한국을 '기후악당'이라고 지칭하고 있으나, 한전이 진행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바 9·10 및 베트남 붕앙2 프로젝트는 세계은행(WB)과 현지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환경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출할때 '초초임계압' 기술을 적용,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비슷한 수준의 탄소배출량을 유지하는 것도 주목 받고 있다. 온실가스를 문제로 수출을 막는다면 LNG 발전소를 국내외에 건설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 기술은 터빈에 유입되는 증기압력·온도를 최대치로 올리는 것으로, kWh당 탄소배출량이 일반 석탄화력발전소 대비 100g 가량 적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신뢰도가 꺾여 석유화학·정유·철강·방산 등 다른 분야에서도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형성하기 힘들 것"이라며 "정권에 따라 프로젝트의 존폐여부가 갈린다면 누가 한국기업들과 거래를 타진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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