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994 특허, 파우치배터리에 적용된 기술…당당하게 소송하자"
SK이노 "출원 당시 이의 제출 없었다…무효가 될 특허 출원하겠는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판결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양사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지금까지 총 38차례 입장·반박문을 배포했으며, 최근에도 '여론호도'·'억지주장'·'아니면 말고'를 비롯한 표현을 쓰면서 날선 공방을 벌이는 등 합의 가능성도 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훔친 기술 등으로 미국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로, ITC에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부정한 손(Unclean hands)'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침해를 주장하는 '994특허'는 출원 이전에 LG화학이 보유하고 있었던 선행기술"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출원한 2015년 6월 이전에 이미 해당 기술을 탑재한 A7배터리 셀을 크라이슬러에 여러 차례 판매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LG화학은 "영업비밀 소송에서 악의적인 증거인멸과 법정모독으로 패소판결을 받은데 이어 국내 소송에서도 패소로 억지주장이 입증됐다"면서 "사익을 위해 국익을 운운하는 일은 이제 그만 멈추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 서울 광화문 SK서린빌딩(왼쪽)·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각 사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은 경쟁사의 특허 개발을 모니터링하고, 특허등록을 저지하기 위해 수많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기술이 특허화된다고 생각했으면 이미 출원 당시 이의를 했을 것이고, 특허 출원시 LG의 선행 기술이 있었다면 등록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미 출시된 경쟁사의 제품에 적용된 기술을, 훔쳐서 무효가 될 특허를 출원할 바보는 없다"면서 "이는 특허를 다뤄본 사람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고 LG도 이를 모를 리 없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가 지적한 문서 중 'Creative Idea를 논했다고 주장하는 파일'이라는 문서에 A7 제품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볼때 소송 제기 시점에는 이를 인지도 못한것 아니냐"라면서 "이번 소송과 관련한 어떤 자료도 삭제된 것이 없다는 것이 ITC에서 소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는 것은 양사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 등에 따르면 양사가 생각하는 합의금 규모가 최소 1조원 가량 차이나고 있으며, 1년반 가량 '치킨게임'을 벌여놓고 쉽게 물러설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합의보다 법정에서 승패를 가리는게 더 유리하다고 결론짓는 등 결국 대승적 합의가 아닌 정면승부로 결판을 짓는 국면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합의를 위한 실질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가능성만 시사하는 등 'NATO(Not Action Talk Only)'의 모습을 보였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올 초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내린 데 이어 지난달 국내 법원도 자사의 손을 들어준 것을 근거로 완승을 자신하는 분위기"라며 "ITC의 조기패소 판결도 뒤집힌 사례가 없었으며,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 관련 불법 취업 논란이 발생했다는 것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미국·독일 등 외국 완성차 업체들의 '지원사격'를 등에 업고 있고, ITC도 전면 재검토 결정문을 통해 침해된 기술이 경제적 피해와 어떠한 연관성을 가졌는지 물어보는 등 마냥 불리한 입장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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